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선수의 삶은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고달프다. 한 대회가 끝나기 무섭게 다음 대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짐을 꾸려야 한다. 한 시즌 32경기에 출전하려면 8개월간 쉬지 않고 미 전역을 누벼야 한다. 특히 육아부담이 있는 주부 골퍼에게 투어 생활은 초인적인 노력이 요구된다.현재 LPGA에서 활약중인 아줌마 골퍼는 26명. LPGA 공식사이트(www.lpga.com)는 이 가운데 투어 톱 플레이어로서 뿐 아니라 두 아이의 어머니로 1인 2역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카린 코크(32·스웨덴)에 대한 인터뷰를 실었다. 95년 투어에 입문한 코크는 지난해 톱 10에 13차례 이름을 올려 상금 랭킹 8위에 자리했다. 현재 4살 배기와 1개월된 아들을 두고 있다.
투어 및 가정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코크는 "일과 가정을 철저히 분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플레이를 마치고 귀가하면 필드에서의 모든 일을 까맣게 잊고 아이의 세계에 빠져든다. 육아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 점을 고려, 골프 연습은 짧지만 굵게 한다.
하지만 어려움이 없을 수 없다. 그는 "아이가 떨어지려 하지 않을 때 골프연습을 위해 때때로 스스로를 이기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현실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한다.
사실 남편(스테판 코크)의 도움없이는 투어 생활이 불가능하다. 남편은 함께 투어여행을 하며 짐꾸리기, 차량 렌트, 숙소잡기 등 모든 일을 도와준다. 경기에 나가는 날에는 아이를 골프장 인근 탁아소에 맡겨 두었다가 저녁 때 데려오곤 한다. 가끔씩 친구나 시어머니쪽에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코크의 골프 사랑은 남다르다. 둘째 아이 임신 9개월 때까지 플레이를 즐겼다. 만삭의 몸으로 한 라운드에 7언더파를 치기도 했다. 지난 달 출산 후에는 열흘만에 칩샷 연습을 시작했고, 다시 2주 후에는 둘째 아이가 누워있는 베이비시트를 골프 카트 좌석에 묶어 매놓은 채 다소 무리하게 나인홀을 돌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아이에게는 분유 대신 모유수유를 고집한다. 출산 후 몸 만들기에 바쁜 그는 7월 US여자오픈에 출격, 4개월만에 필드에 복귀한다. 코크는 "결혼 생활이 행복하다. (일과 가정) 생활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뤘기 때문에 스스로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