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 몰아치고 있는 노동계의 5월 춘투(春鬪) 움직임이 증시의 새로운 복병으로 부상하고 있다.올해는 노무현 정부의 '친 노동계적' 정책성향과 노동계의 분배요구가 맞물려 어느 때보다 노사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로인해 노조문제로 홍역을 치르는 업종과 기업들의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과 참여정부의 노동계 우선 정책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기업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 핵 문제와 경기둔화 등으로 신음하고 있는 증시에 또 다른 악재가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춘투 종목 회피 뚜렷
시장에서는 노사문제가 잠복해 있는 기업과 관련 업종에 대한 투자 기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사태로 철강물류 수송이 차질을 빚자 포스코 INI스틸 등 철강·금속주는 물론 조선 등 관련 업체 주가가 최근 반등장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강성 노조가 포진해 있는 자동차 관련주들도 이달들어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노조의 징검다리 근무일 일방적인 휴무와 생산중단으로 회사와 마찰을 빚고 있는 기아차는 대형 신차 오피러스의 판매호조 등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노사문제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9일 "현대차·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들의 노사협상이 본격화하면서 주가가 약해지는 분위기"라며 "노사 갈등이 심해질 때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만큼 노사문제로부터 자유로운 현대모비스가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목별 노사문제 악재 살펴야
최근 임금 및 단체 협상에 들어간 기업들마다 구조조정과 주5일 근무제, 노조의 경영참여, 손배소 철회, 근골격계 질환(반복작업으로 인한 디스크, 오십견 등) 보상 등 여러 쟁점을 둘러싼 노사 양측의 대립이 심각하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하는 종목에 노사갈등이 잠복해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발전·플랜트용 열교환장치 업체인 삼영은 7일 소사장제 실시계획에 따른 노조 파업과 공장 조업 중단사태로 상승하던 주가가 약세로 전환했다. SK(주)는 계열사인 SK글로벌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경영참여 요구로 갈등을 빚고 있고 올해 초 63일동안 파업을 벌였던 두산중공업은 타결한지 한달여만에 노조의 단체협약 경신 요구로 또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주들도 노사불안에 발목이 잡혀 있다. 국민카드는 국민은행과의 통합과 관련한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조흥은행 노조도 매각에 반대해 파업을 공언하고 있다.
증시 관계자는 "현 정부가 '노사 힘의 균형'을 강조하며 기회 있을 때마다 '친 노동계적' 정책 기조를 지나칠 정도로 강조하는 바람에 노조의 벼랑끝 전술을 통한 '파업 만능주의'가 조장될 수도 있다"며 "사스가 진정되고 북핵 문제가 가라앉는다고 하더라고 5월 증시는 노사 갈등으로 또다시 휘청거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씨티그룹 스미스바니증권은 북한과의 긴장관계와 함께 참여정부의 친노동적인 성향을 한국증시의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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