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선 경찰서에 20년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10년만 젊었어도 현장에서 뛰어볼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에 이어 두 번째 서울 여성 경찰서장이 된 김인옥(50) 방배경찰서장. 서울경찰청 방범기획과장으로 일하다 강남의 요지 방배서에 부임한 지 꼭 한 달이 되는 11일 김 서장의 겉 모습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닳고 닳은 운동화다.
지난 한 달 동안 매일 저녁 6시부터 사복에 운동화를 신고 일선 파출소 등을 도느라 새벽 3시에 퇴근하기 일쑤였던 그는 "이제야 관내 여관과 술집, 주택가 등 골목 골목을 겨우 파악한 것 같다"며 "주민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까이서 고충을 들을 수 있어 더 좋다"며 웃었다.
1972년 부산 동아대 재학 시절 교내에 붙어있던 포스터를 보고 순경 여성 공채 1호로 경찰에 입문한 그는 선친이 전직 경찰관이었지만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상경해야 했다. 당시 200명의 공채 동기생 중 현직에 남아 있는 이들은 40여명. 김 서장은 남성만의 영역이었던 경찰을 지원한 동기생들은 당시 '신여성'으로 불렸고 다들 포부도 컸다고 회고했다. 그는"72년 처음 서울 용산서에 발령을 받았을 때에는 외근을 내보내 주지 않아 속상하기도 했다"며 "지금 시작하는 후배들은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 있으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99년 총경 승진 후 경북 의령경찰서장을 거쳐 2000년 양평경찰서장을 지낸 그는 20년간 청소년 범죄 예방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온 청소년 문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김 서장은 부임 후 첫 기획 수사로 방배동 카페 골목의 호스트 바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법규의 제약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이 달 중 카페 골목 정화 및 호스트 바 단속에 나설 것입니다.
상계동에서 동생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는 독신의 김 서장은 따뜻한 성품으로 주변을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직원 500여명 배우자의 생일을 일일이 챙기는가 하면 매달 서울 용산과 경기 양평의 양로원을 방문하는 등 불우이웃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어렸을 때는 사회복지사가 꿈이었다는 그는 "올 해는 도저히 짬이 안 나겠지만 내년부터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할 계획"이라며 "은퇴 후에는 고향인 경남 김해에서 작은 사회복지원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사진 류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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