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청소년들이 집을 나와 거리에서 방황하는지 아십니까. 가장 큰 원인은 부모의 무관심 때문입니다."10대 가출학생 선도를 위해 서울시가 설립한 '늘푸른 여성정보센터'소속의 거리이동 전문상담가인 김선아(33·여·사진)씨는 '가출청소년의 언니'로 통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2년째 매주 금요일 밤 9시면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동대문시장 두산타워 앞에 천막을 치고 토요일 새벽까지 가출청소년들의 고민을 상담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회사원 이었던 김씨가 가출청소년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6년 큰 언니의 권유로 3개월 동안 청소년 상담전화를 받는 일을 하면서부터. '청소년 상담전문가'가 되겠다는 생각에 97년 명지대 청소년 지도학과에 입학해 청소년문제를 전공한 후 2001년부터 직접 가출청소년 거리 상담에 나섰다. 올해엔 명지대 사회복지대학원에도 진학했다.
거리 상담 초기에는 '○·X 성퀴즈'를 활용하는 자신만의 '상담 노하우'를 발휘, 청소년들의 관심을 끄는 작전를 구사했다. 김씨는 또한 가출청소년 누구나가 간직하고 있는 가슴아픈 상처를 덧나게 하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상담술을 구사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상담가와 달리 집으로 돌아가라고 강요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가정폭력과 부모의 무관심, 학교폭력 등으로 얽히고 설킨 그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다만 가출로 인생을 망쳐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공부를 계속해야하는 필요성을 납득시키는 점은 빼놓지 않는다.
김씨는 "청소년들이 가슴 속에 응어리진 사회에 대한 불신 때문에 고민을 털어놓지 않을 때가 가장 가슴 아프다"며 "가출 전 부모가 따뜻한 관심으로 자식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함께하는 게 중요하며 가출 청소년을 인생의 낙오자로 바라보는 따가운 사회의 시선도 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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