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공식 출범한 2기 방송위원회가 정치권의 나눠먹기식 자리배분으로 전문성과 대표성이 떨어져 1기 방송위의 재판이 되리라는 우려가 무성하다. 특히 방송위 노조는 10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위 건물에서 열릴 예정이던 첫 번째 방송위 전체회의를 저지한 데 이어 오늘부터 출근저지 투쟁에 나설 방침이어서 파행 운영마저 예상되고 있다.2기 방송위원의 면면을 보면 뉴미디어 및 방송기술, 행정, 경영·회계 전문가가 선임돼야 한다는 방송계의 요구를 철저히 외면한 대신 지상파 방송사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MBC 사장을 지낸 노성대 방송위원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추천 몫인 양휘부(전 KBS창원방송 총국장) 윤종보(전 안동MBC 사장) 박준영(전 SBS 상담역) 방송위원이 모두 지상파 방송사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인사들이다.
지난 대선 때 일부 방송사의 편파보도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해 온 한나라당은 이번에 자당 추천 몫 방송위원을 지상파 3사 출신 인사로 채워 방송사에 대한 입김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
뉴미디어 및 방송기술 전문가가 전무했던 1기 방송위는 그 동안 업계간 이해관계를 제대로 조정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끌려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2기 방송위 역시 스카이라이프의 지상파 재전송 문제 등 뉴미디어 현안을 둘러싸고 업계의 불신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방송계에서는 지상파·위성 DMB사업자 선정, 외주전문 지상파 채널 설립, 지상파 방송시간 연장, 디지털TV 전송방식 변경 등 지상파 방송사의 이익이 걸려 있는 사안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 출신 방송위원들이 공정하고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기 방송위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방송산업 진흥정책에 있어서는 거의 낙제점을 받았다.
특히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민간 조직인 방송위와 관료 조직인 정보통신부 간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방송정책이 하드웨어 산업의 발달에 이끌려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문화관광부가 방송산업 진흥 정책권을 환수하겠다고 나서 부처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했다.
전체 위원(9명)의 과반수인 5명으로 늘어나 역할이 대폭 커진 방송위 상임위원들이 정치적 성향을 강하게 띨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방송위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실제로 2기 방송위원들은 10일 노조 저지를 피해 서울 시내 모처에서 첫 번째 전체회의를 가졌으나, 부위원장 선정을 둘러싸고 대립한 끝에 한나라당 추천인사 3명이 퇴장한 가운데 이효성씨를 부위원장을 선출했다. 이에 따라 방송계에서는 '방송위가 국회 축소판이 되었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돌고 있다.
한 방송학자는 "2기 방송위 출범 전부터 방송위원의 선임에 공개적 추천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선임된 현행 방송위 구성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한편 6일째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방송위 노조는 11일 성명을 내고 "2기 방송위 구성을 전면 무효로 간주하며 노성대 위원장과 이효성 부위원장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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