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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대표경선 집안싸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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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대표경선 집안싸움 되나

입력
2003.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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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당권 레이스가 '그들만의 초라한 잔치'로 전락하고 있다. 4·24 재보선이 끝나면서 본격적인 당권경쟁의 막이 올랐지만 구태를 벗지못한 당권주자들의 선거운동 방식과 이를 개선하려는 당 지도부의 의지 부족 때문에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대표경선에는 23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선거인단이 참여할 예정이지만 이들을 상대로 한 공개적 정책토론과 비전 경쟁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 동안 6명의 주자들이 대중 앞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지구당 개편대회가 고작이다. 여기서도 일방적으로 자기자랑을 늘어놓을 뿐 진정한 의미의 토론과 경쟁은 없다.

대신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대의원에 대한 회유와 줄세우기 등 밀실 선거운동의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당권주자들은 저마다 "100명 가까운 위원장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며 세 불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그러다 보니 금품 수수와 향응 제공설 등 혼탁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당권주자와 의원들의 홈페이지에도 지금 각 후보들의 성향과 이력에 관한 온갖 비방과 음해, 특정 주자를 지지하라는 협박성 글이 난무하고 있다. 당당한 정면 대결은 피한 채 서로의 뒤통수를 치는 저질공방이 기승을 부리는 꼴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근 구성된 당 선관위는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전의 과열을 막는다"며 의원과 지구당 위원장들이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발을 묶은 게 전부다. 경선의 흥행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선거운동의 틀은 아직 백지와 다름없다.

당사자들도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김형오 이재오 의원 등 후발주자들이 "후보의 정책 토론회를 정례화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으나 강재섭 김덕룡 서청원 최병렬 의원 등 '빅4'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의지만 있다면 내달 2일부터 개시되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라도 다양한 정책대결 이벤트를 만들고, TV나 언론단체에 토론회 주최를 요청할 수도 있지만 주자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의 당권 레이스는 죽은 레이스"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점화된 여권의 신당 창당 논쟁에 밀려 가뜩이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대표경선이다. 지금과 같은 구태가 지속된다면 '국민적 축제'나 '당의 환골탈태'와는 거리가 먼, '추잡한 집안싸움'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새로 구성된 지도부가 국민적 호응을 얻지 못하면 내년 총선을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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