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 하프플라자 사태, 이라크전…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국민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대형 사건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에 대한 기사를 신문 지상이나 방송 화면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 언론의 집중적 스포트라이트는 항상 새로운 화제를 향해 움직이고, 피해 당사자가 아닌 이상 세인의 관심도 사건에서 쉽사리 멀어진다.그러나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건 피해자들이 직접 커뮤니티를 결성해 서로 결속을 다지며 공동 대응을 해 나가기도 하고, 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이 잊지 말자는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하프플라자 피해자들의 모임인 안티이토비즈(www.antietobiz.com)가 한 예. 2월 13일 반값 할인 쇼핑몰인 하프플라자가 문을 닫자 300억원대에 이르는 엄청난 피해 규모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지만, 21일 유씨가 검찰에 구속되면서 사건이 일단락되자 세인의 관심은 급속도로 멀어졌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이후로도 안티이토비즈 사이트를 통해 서로를 격려하면서 피해 배상 소송을 진행해 오고 있다. 운영자 김철연씨는 아예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조그만 사무실을 열었다. 이들은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길은 '잊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의 '대구지하철화재참사추모카페'(cafe.daum.net/daegusubways)도 언론에서 잊혀진 사건을 계속 상기시켜온 인터넷 커뮤니티다.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대책위 공식홈페이지'(daegusubway.or.kr)가 실종자의 유가족들이 직접 만든 홈페이지라면, 이 카페는 추모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커뮤니티다. 사건이 일어난 지 3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카페에는 추모의 글이 끊이지 않는다. 운영자들도 추모배지를 제작해 수익금을 성금으로 기탁하고 조해녕 대구시장의 퇴진운동을 벌이는 등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어버이날을 맞아 참사로 잃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적은 한 유가족의 게시물은 눈물을 글썽이게 한다.
이라크전 발발 직전 인간 방패를 자임하며 이라크에 들어간 유은하씨는 커뮤니티 사이트인 싸이월드에 개설된 커뮤니티 '미리내가 흐르는 오두막'(withyoo.cyworld.com)을 통해 처참한 피해 현장을 생생히 전했다. 전쟁이 끝나고 언론의 관심은 전후복구사업으로 옮겨간 지 오래됐지만 이씨는 아직도 이라크에 남아 중증 장애어린이 시설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현지 소식을 인터넷으로 꾸준히 전해오고 있다. 유씨에게 감명 받은 이들이 '유은하와 함께하는 사람들'(godblessyoo.cyworld.com)이란 카페를 만들기도 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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