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회생방안을 놓고 SK그룹과 채권단의 시각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채권단은 기본적으로 그룹 차원의 지원 없이는 SK글로벌의 회생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반면, SK그룹은 채권단이 먼저 SK글로벌에 대한 확고한 회생 의지를 보여줘야 그룹 차원의 협력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점점 늦어지는 실사보고서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17일께 예정됐던 삼일회계법인의 SK글로벌 실사결과 보고를 일단 연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실사결과 부실규모가 예상외로 커질 경우 그룹차원의 자구안 제출이 아예 무산되거나 부실해질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SK그룹이 실사결과 후 자구안을 제출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부실규모가 발표되면 부담이 너무 커서 지원할 수 없다거나, 주주 및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으니 그룹차원의 부담을 줄여달라는 식으로 나오겠다는 속셈 아니냐"며 "그룹 차원의 지원책이 담긴 자구안이 제출될 때까지 실사보고서 공개는 당분간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노종 SK글로벌정상화추진본부 전무는 기자간담회에서 "정확한 부실규모 숫자가 나와야 각 계열사 주주와 이사회를 설득해 구체적인 자구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며 자구안 제출을 실사결과 발표 후로 미뤘다.
지원이냐 협력이냐
SK글로벌에 대한 그룹 차원의 회생방안을 놓고도 커다란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채권단은 자구안에 SK글로벌에 대한 2조원 상당의 각 계열사 매출채권의 출자전환 각 계열사의 신규 출자 등 그룹차원의 '지원'이 담겨야 한다고 못 박은 반면, SK그룹은 계열사의 반발을 감안할 때 '지원'이 아닌 '협력' 차원의 회생방안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출자전환이나 신규 출자 등 그룹 차원의 지원 없이는 이미 밝혀진 SK글로벌의 자본잠식 규모 3조4,000억원을 메우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며 "전폭적 지원이 담긴 자구안이 나와야 이자감면이나 출자전환 등 채권단 차원의 회생방안도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주) 관계자는 "출자전환은 검토 중이지만 계열사 주주와 이사회를 고려할 때 사실상 현금 지원인 각 계열사의 신규 출자는 논의되기 어렵다"며 "다만 돈 되는 각 계열사 주력업종의 마케팅 부문을 SK글로벌에 넘겨줌으로써 SK글로벌의 연간 현금창출능력을 현재 2,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극대화한다는 것이 그룹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감정 대립 양상까지
그룹차원의 자구안 제출이 늦춰지면서 채권단 내에서는 "은행의 지원 없이는 당장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는 SK그룹이 뭘 믿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채권단이 SK글로벌을 치료하기 위한 의사라면 SK그룹은 보호자에 해당하는 만큼 보호자는 의사의 말을 들어야 한다"며 "채권은행들도 역시 주주와 노조가 있는데 SK그룹만이 주주를 핑계로 부담을 줄이겠다고 버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글로벌 관계자는 "최근 일부 계열사에 대해 채권은행들이 여신 만기연장을 중단한 것도 그룹차원의 지원을 끄집어내기 위한 압박용 수단이 아니냐"며 "채권단이 언론을 통해 '법정관리나 청산 검토' 등의 내용을 자꾸 흘리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회생방안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무도 "SK글로벌이 청산될 경우 국내 채권시장 전체가 대혼란에 빠질 수 있음을 채권단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채권단과 SK그룹 모두 SK글로벌을 살리기 위한 의사의 입장에서 모든 사항을 협의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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