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거 지오다노 맞아?요즘 TV와 인쇄매체에 나오는 지오다노 광고를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헷갈린다. 파격적인 광고이미지 때문이다. 막 운동을 끝내고 질끈 묶었던 머리를 풀어헤친 듯한 전지현은 배꼽이 훤히 드러나는 트레이닝복 차림이다. 물씬한 땀냄새와 젖은 몸이 풍기는 관능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브랜드 로고가 없다면 '이지캐주얼의 대명사' 지오다노라고 연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브랜드 컨셉을 바꾼 것일까.
이 회사 마케팅팀 김은영 팀장은 "스포츠룩의 거대한 흐름을 거역할 수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이지캐주얼이라는 브랜드 컨셉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트레이닝복의 구성비를 늘리고 그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스포츠룩의 열기에 편승한다는 전략이다.
스포츠룩의 열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EXR, BNX, A6, 틸버리 등 스포츠캐주얼을 표방한 브랜드들은 물론이고 최근엔 여성 정장 브랜드들까지 스포츠캐주얼의 비중을 10∼15%씩 늘리고 있다. 광고 이미지에선 거의 모든 브랜드들이 스포츠룩의 디테일을 채용하고 있다. 여성정장 브랜드인 지고트와 아이잗바바는 로맨틱한 차림의 모델 손에 가죽 손가락장갑(손가락 부분이 첫 마디에서 끊어지는 장갑)을 끼게 했다. 코카콜라의 광고에 나오는 한은정은 배꼽티와 트레이닝바지 차림에 권투글러브를 낀 모습으로 스포츠캐주얼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스포츠룩이 인기를 모으자 역으로 스포츠웨어 브랜드에서 패션스포츠 룩을 새로 전개하는 경우도 생겼다. 아디다스는 3월 기존의 기능성 제품 외에 패션성이 강조된 아디다스 오리지널 라인을 국내에 새로 들여오면서 압구정동에 첫 매장을 열었다. 아디다스 트렌드& 라이프스타일 마케팅팀의 윤정옥 과장은 "스포츠를 직접 하지는 않지만 스포티브한 룩을 즐기고 싶어하는 패션 수요층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들이 패션과 스포츠라는 전혀 상반된 이미지의 두 고리를 하나로 연결하면서 파격적이고 세련된 믹스& 매치 스타일의 스포츠 룩을 대중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무엇이 스포츠 룩인가
C.O.A.X 디자인실 신영주 팀장은 "스포츠웨어와 스포츠룩은 다르다"고 말한다. 나이키 퓨마 필라 등이 내놓는 운동기능에 충실한 옷들이 스포츠웨어라면, 스포츠룩은 스포츠웨어의 느낌을 가져오면서 패션성에 중점을 둔 상품이다. 당연히 기능보다 패션이 우선시된다. 섹시하고 과감한 디자인이 가능한 것은 이 때문이다.
스포츠룩의 가장 두드러진 디자인 특징은 몸매의 선을 강조하는 데 있다. 실루엣은 전반적으로 타이트하고 노출이 많다. 바지나 재킷 옆 라인에 줄무늬는 다다익선으로 들어가고 허리밴드는 고무줄 처리하거나 끈으로 묶어서 조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퍼 앞여밈 재킷은 허리선이나 엉덩이 윗부분에 살짝 걸치도록 짤막한데다 암홀을 타이트하게 재단해 소매가 꼭 맞도록 해서 시크한 느낌을 살린다.
색상도 빨강이나 파랑 등 스포츠웨어에서 많이 사용하는 원색 대신 트렌드 칼라를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올 여름엔 블루와 와인, 그린, 머스타드 등 감도가 높은 색상들이 사용됐다.
소재는 면, 폴리, 프렌치테리(안쪽은 타월천이고 겉은 매끈한 소재)가 많이 쓰인다. 또 여름으로 갈수록 마라톤 팬츠나 농구복에 많이 쓰이는 메시(그물소재)와 복서용 팬츠에 주로 쓰이던 나일론, 레이온 등이 대거 등장한다.
왜 인기인가
스포츠룩의 인기는 주 5일 근무에 따른 레저문화의 확산, 요가와 검도 등 정신의 단련을 중시하는 스포츠의 급부상, 건강하고 날렵한 신체를 우상화하는 피트니스 붐 등에서 그 배경을 찾아볼 수 있다.
EXR 마케팅팀 류필열 차장은 그중 가장 큰 견인세력으로 건강과 미에 대한 도시인의 관심, 그리고 과시욕구를 든다. "요즘은 헬스클럽에서 몸을 단련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더구나 요즘 헬스클럽은 청춘남녀들에겐 일종의 사교클럽이면서 동시에 자기과시의 장소다. 헬스클럽의 전면이 통유리로 다 바뀌고있는 것도 자기과시욕을 부추긴다. 당연히 사교와 과시를 위한 옷들이 필요하고 그 옷들은 도시적인 세련미와 관능미를 함께 갖추어야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보편성을 획득한 것이 인기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디자이너 장광효씨는 "히피스타일이나 밀리터리패션 등은 누구는 좋아하고 누구는 싫어하는 편차가 있지만 스포츠웨어는 기초가 튼튼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생각하고 가격면에서 저렴한데다 비교적 간단한 연출로도 트렌디하게 보일 수 있다. 더구나 각종 스포츠 경기가 도처에서 열린다. 밀리터리나 에스닉패션은 전쟁이 끝나면 자취를 감추지만 스포츠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언제까지 갈까
스포츠룩의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도시화의 진전과 함께 실내스포츠와 피트니스 문화도 계속 진화하는 만큼 정도를 달리할 뿐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갤러리아 백화점 영캐주얼 바이어 장헌수씨는 "지난해 처음 캐포츠룩(캐릭터 스포츠룩)이 나올 때 만해도 패드(Fad: 장기적인 유행인 패션과 달리 일시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다 사라지는 유행현상)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의류업체 전반에서 스포츠 룩이 스테디 트렌드를 형성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말한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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