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30일의 제11기 출범식을 계기로 새로운 학생운동단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파를 뛰어 넘는 '제학생 운동단체의 상설적 공동투쟁체'가 어떻게 조직되고 어떤 강령과 규약을 채택할지 아직은 분명치 않다. 이를 위한 각 단체의 회합이 원활하게 이루어질지도 궁금하다.한총련이 주장하는 합법화와 수배 해제는 새로운 단체의 성격과 직결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총련의 상황과 수배학생들의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이 두 가지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이적단체로 규정한 실정법의 문제와 한총련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7일 민변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검찰은 일괄 수배해제가 불가능하며, '사상전환 선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총련 의장이 소속된 대학의 여론조사에서도 48.3%가 합법화를 지지했지만 36%가 합법화는 지지하면서도 시기상조라고 응답했다. 행동으로 이념 전환을 보여주지 않으면 문제해결은 어렵다.
그러나 새로운 운동체 결성을 계기로 한총련이 '탈정치 순수학생운동'노선을 택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학생운동은 그 자체로 정치투쟁이며 학생운동의 전통이 한국처럼 공고한 나라에서는 순수 학생운동이란 무의미한 말이다. 한총련으로서도 모든 단체를 망라해 거대조직의 전통을 이어가려 하는 것은 무리다. 대학 내 이념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며 보수·우익의 세력화와 별도 총학 결성주장도 번져가고 있다. 운동조직에 대한 일반 학생들의 관심도 갈수록 퇴조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한총련의 변신을 촉발한 요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총련은 '생활 학문 투쟁의 공동체'를 자임해 왔지만, 실제로는 투쟁공동체로만 운영돼 왔다. 새로운 조직은 생활과 학문공동체의 역할에도 치중해야 한다. 그 대전제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이며 활동방법은 비폭력 평화주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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