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규 지음 솔 발행·7,500원
'밤새 너무 많이 울어서 두 눈이 먼 사람이 있다'('부엉이')
시인 이원규(41·사진)씨가 지리산으로 들어간 지 6년째다. 서울 생활 10년을 접고 훌쩍 떠났다. 낙동강 1,300리, 지리산 850리를 걷고 또 걸었다. 백두대간과 새만금을 밟았다. "지리산에 얼굴을 묻고 생의 한철 잘 놀았다.…6년 만에 남은 것은 이것 뿐이다."('自序(자서)'에서) 6년 만에 남은 것이 네 번째 시집 '옛 애인의 집'이다.
이씨는 지리산 곳곳의 버려진 빈집과 절을 옮겨 다니며 살고 있다. 오토바이 한 대,노트북 한 대가 전재산이란다. 천천히, 느리게, 그리고 가난하게 살아서인지 산에서 쓰여지는 시도 가파르거나 화려하지 않다. 그의 표현처럼 시가 심심한 듯도 싶다. 그런데 읽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순한 시어로 엮이어 힘세지 않은 것처럼 보였던 시는 실은 넉넉하고 따뜻한 언어의 집이다. 그것은 시가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는 그의 믿음에서 저절로 빚어진 때문이다. '라일락 푸른 잎을 씹으며/ 귀향하듯/ 옛 애인의 집을 찾아가' 얻은 깨달음이 그렇다. '대문은 파란 대문/ 엽서가 도착하기도 전에/ 도둑고양이처럼 지나가네// 세상의 모든 집/ 옛 애인의 집'('옛 애인의 집'에서)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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