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그림 작가 유애로(49)씨는 두 딸 단아(18)와 소담(10)이를 재주 많고 창의력 뛰어난 아이로 키웠다. 그의 육아 키워드는 자연과 놀이.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놀고 배운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단아와 소담이는 도심에서 자랐지만 나물도 캐고 방아깨비도 쫓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연과 사귀었고, 엄마와 함께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남다른 표현력을 길렀다.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놀이로 즐겼다.이 꼼꼼한 엄마는 딸들이 1세부터 11세 때까지 그리고 만들고 쓴 것을 버리지 않고 모았다가 책으로 펴냈다. 그의 독특한 육아기 '눈 이렇게 뜨지 않을게요'는 그렇게 완성됐다. 제목은 소담이가 일곱 살 때 엄마에게 쓴 편지에서 따온 것이다. 소담이는 이 짤막한 편지에 위로 치켜 뜬 눈을 그려넣고 다시는 눈 치켜 뜨고 화내지 않겠다며 사과했다.
이런 책을 보는 것은 즐겁다. 어린 단아와 소담이의 호기심과 상상력 넘치는 글과 그림은 사랑스럽고 멋질 뿐 아니라 아이들이 얼마나 훌륭한 예술가인지 유감 없이 보여준다. 달팽이 거북이 등 곤충과 동물을 키우며 관찰한 얘기, 언니 단아가 여덟 살 아래 소담이가 태어났을 때 동생을 돌보며 쓴 그림일기, 단아와 소담이가 비뚤배뚤 엄마 아빠에게 쓴 편지는 우습고도 재미있다. 관찰력이 뛰어난 단아는 여덟 살 때 밤 하늘의 달을 보고 "바나나보다 조금 크고 뚱뚱한 달이 떴다"고 썼고, 아픈 손가락을 '심장이 손가락으로 이사 가서 두근거린다'고 표현했다. 감정이 풍부한 소담이는 같은 나이 때 엄마 생일 선물로 목에 걸고 다니다가 배고프면 까먹으라고 땅콩 목걸이를 선물했다.
유애로씨는 자신이 경험한 육아의 여러 단계를 사례별로 제시하면서 책 곳곳에 다른 엄마들을 위한 조언을 적었다. 아이를 어떻게 하면 창의적으로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요긴한 충고다. 그는 말한다. '나무는 저마다 다른 모양새로 자라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똑 같은 모양으로 반듯하게 다듬어 키운 나무가 어찌 햇살 가는 대로 자란 나무의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을 따라갈 수 있겠는가. 부모가 아이의 미래를 꾸며서는 안 된다. 다만 부모는 그 아이가 자유롭게 가지를 뻗을 수 있도록 햇살과 바람을 가로막는 일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그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육아 원칙은 '지켜보되 참견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한 번도 애들 숙제를 대신 해준 적이 없다고 한다. 다만 늘 격려하면서 칭찬하는 편지를 쓰고, 이야기를 들어줬다고 한다.
유애로씨는 직접 쓰고 그린 '갯벌이 좋아요'(보림출판사 발행)로 제 5회 어린이 문화대상을 받았을 만큼 실력 있는 작가. '눈 이렇게 뜨지 않을게요'에서 만나는 단아와 소담이 솜씨도 엄마 못지않다. 아이들마다 숨은 재능이 있다. 그 싹을 찾아내고 북돋워주는 방법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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