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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책꽂이

입력
2003.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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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많은 어른들을 위한 짧은 동화민들레처럼 /안도현 지음

"어느날 민들레는 가만히 꽃줄기를 흔들었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흔드는 일이었습니다." 민들레는 바람이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았다. 바람이 불지 않자 몸 속의 바람을 찾았다. 꽃줄기에 매달려 있던 꽃씨들이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민들레 꽃씨는 사라졌지만 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시인 안도현씨가 여섯번째 어른을 위한 동화 '민들레처럼'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앉아 있지 말고 움직이라고, 온 힘을 다해 날아올라 원하는 것에 닿으라고 겁 많은 어른을 흔들어 놓는다. 어른들에게 시인은 꽃씨의 말을 빌어 짧은 시를 전한다. "사랑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도 흔들 줄 알아야 해." 이종만 그림. 이룸 7,500원.

작은 마을 의사의 따뜻한 이야기

아름다운 의사 삭스 /마르탱 뱅클레르 지음

청진기 끝을 손바닥으로 문질러 따뜻하게 한 뒤에 아이의 배에 갖다 대는 의사가 있다. 막 태어난 아이를 바라보고 만지면서 남편보다도 더 기뻐하며, 더 이상 아무 것도 해줄 것 없다는 선고를 받고 찾아온 불치병 환자에게 "병이 어떤 것이든 간에 항상 무언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의사. 삭스의 이야기는 그 자신 의사인 작가의 경험에서 멀지 않다. 작은 마을에서 의사로 일한 뱅클레르는 주인공 의사를 2인칭 '너'로 지칭한 소설 '아름다운 의사 삭스'를 썼다. 죽음과 가까이 살고 있는 의사에게 사랑의 정의란 이런 것이다. "사랑한다는 건 내가 먼저 죽지 않으면 상대방이 죽어가는 모습을 봐야 한다는 걸 깨닫는 일이다." 윤정임 옮김. 열린책들 9,800원.

인간의 삐뚤어진 욕망 엿보기

난초도둑 /수잔 올린 지음

뉴요커지의 기자 수잔 올린이 광적인 난초수집가 존 라로슈의 이야기에 매료됐다. 오직 플로리다에서만 자라나는 '유령난초'를 복제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는 이 남자를 좇다가 난초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난초도둑'은 한 난초광의 이야기와 난초의 세계가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이다. 난초에 미친 존 라로슈의 삶을 줄기로 삼되 '난초의 모든 것'을 풍성한 가지로 장식했다. 난초의 강인한 생명력, 난초 채취의 치열한 역사, 난초가 연루된 범죄와 밀수 사건 같은 것들이다. 이 수많은 가지들이 투영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다. 탐욕과 증오, 질투, 광기 같은 어두운 내면이 난초 이야기에 담겼다. 이 작품은 8일 개봉된 영화 '어댑테이션'의 원작이다. 김영신 등 옮김. 현대문학 9,500원.

마법같이 찾아온 사랑, 그리고…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새 신발을 신으면 발이 좀 아픈 법이다. 삶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원치 않을 때, 그리고 필요치 않을 때도, 삶은 우리를 의외의 무언가로 사로잡아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가도록 한다." 꼭 원했던 것은 아니라고, 혹은 꼭 필요했던 것은 아니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삶은 그런 갑작스러운 사건들로 인해 풍요로운 의미를 얻는다.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에게 어느 것보다 마법적인 생의 사건은 '사랑'이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는 어렸을 적 친구로 11년 만에 재회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사랑이 찾아온 뒤 그 빛깔이 달라져버린 세계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문학동네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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