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기 김포시 장기동의 한 부동산 중개소. 2대의 전화기가 수화기를 내려놓기 무섭게 울어댄다. 아예 전화통에 붙어 앉은 직원들의 통화 내용도 거기서 거기다. "글쎄, 그제까지만 해도 간간이 매물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니까요."한 직원은 "정부가 신도시 개발 예정지를발표하자마자 아파트와 땅을 보자는 이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있지만 땅 주인들은 되레 내놓았던 물건 마저 걷어가는 추세"라며"거래는고사하고 시세조차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권 신도시로 선정된 김포·파주시 부동산시장은 이미 요동치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은 땅값과 아파트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고, 분위기에 편승해 지금이라도 부동산을 구입한 뒤 시세차익을 얻겠다는 '지각투기꾼'들의 입질까지 가세하면서 과열 조짐이 역역했다.
정부는 투기 예방을 막기 위해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김포·파주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하지만 입주가 끝난 아파트는 허가를 받지 않고도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날 이들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매입 문의가 줄을 이었다. 이들은 신도시 아파트 분양가가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고 그 경우 기존 아파트도 값이 동반 상승,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480만평 규모의 김포 신도시 예정지구 중 장기동에는 이미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2년전 1억3,000만원에 분양됐던 H아파트 32평형은 이번주초 1억9,000만원으로 올랐는데 이번 발표로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부동산뱅크 SK공인중개사 대표 신희철(35)씨는 "2억원에라도 사겠다는 주문 전화가 쇄도하지만 주인들이 아예 팔려고 하지 않는다"며 "논·밭도 투기꾼들의 표적이지만 땅 주인들의 눈치보기로 거래는 없다"고말했다.
사정은 파주도 마찬가지. 택지개발이 시작된 교하지구는 이미 지난해 한 차례 투기 바람을 겪었다. H부동산컨설팅 대표 Y(37)씨는 "으레 투기가 본격화하기 전에 일시적인 매매공백 상태가 찾아온다"며지금을 폭풍전야로 규정했다. 전원도시 개발이 예상되는 인근 운정지구 땅값도 들썩거리고 있다. 자유로와 인접한 논밭의 평당 호가가 공시지가(50만원선)의 5배를 넘어섰다. 경의선 운정역과 가깝기는 하지만 신도시에 포함되지 않는 지역도 동반 상승해 최근 가격이 2배 가까이 치솟았다.
하지만 김포의 한 부동산 업자는 "지금거래가 없는 것은 지난해 11월 김포 전 지역이 부동산거래허가지역으로 묶였기 때문"이라며"이미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추가적인 가격 상승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도시 예정지와 인접한 김포 고촌면과 대곶면 등 농촌지역과 인천 검단지역 주민들도 신도시 개발의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서울 지하철 5·9호선이 조기에 연장되고 신도시와 서울·인천을 잇는 기간교통망이 확충될 것이라는 기대에 기댄 것이다. 일부 지역은 건물 신·개축의걸림돌이던 군사보호시설 지정 해제까지 내다보고 있다.
불안감도 교차하고 있었다. 김포의 한 주민은 "논·밭보상금을 받아봐야지 미리 김칫국 마실 일이 아니다"며 "그 돈 받아서 다른 곳에 땅도 사고 집도 사야 농사를 지을 것 아니냐"고했다. 해당 지자체의 우려는 분당, 일산처럼 자족도시 기능이 없는 베드타운으로 전락, 교통난만 가중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박성권 김포시 건설도시국장은 "시에서는 이 일대가 대규모 신도시로 조성될 것을 예견, 첨단산업공장과 외국인 전용숙박단지, 교통전철망 확충 등을 포함한 도시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며"정부가지자체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이들 시설을 최대한 유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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