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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라크제재 해제 결의안 제출/"英과 석유수입등 이라크경제권 행사" 러·佛 "유엔사찰단 무기확증전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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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라크제재 해제 결의안 제출/"英과 석유수입등 이라크경제권 행사" 러·佛 "유엔사찰단 무기확증전엔 안돼"

입력
2003.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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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라크에 대한 경제 제재의 즉각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 러시아 프랑스 등 미국 주도의 제재 해제에 반대하는 나라들과 또 한번 격돌이 예상된다.미국이 입안해 영국, 스페인과 공동으로 제출한 결의안 초안은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12년 넘게 계속된 이라크에 대한 유엔 제재를 완전 해제하고, 이라크 석유 수입에 대한 사용 및 통제 권한을 미국과 영국이 갖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석유 수입을 '이라크 지원 기금'에 편입해 이라크 재건과 인도적 지원 등에 사용하되 기금의 통제·관리권은 미·영 양국이 갖고 이에 대한 '국제 자문 위원회'를 구성해 유엔과 국제통과기금(IMF), 세계은행(IBRD) 등이 참여토록 한다는 것이다. 또 최소 12개월 동안, 별도의 유엔 결의가 없으면 그 이후에도 이라크의 경제권을 미·영 양국이 행사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초안은 유엔의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도 결의안이 채택된 후 4개월 동안 지속하고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미국의 의도와 유엔 역할

미국은 이날 초안 제출과 함께 결의안의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앞으로 2주 이내, 늦어도 현행 유엔 석유-식량 프로그램의 효력이 끝나는 다음달 3일까지는 결의안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처럼 이라크 제재 해제를 서두르는 이유는 자명하다. 유엔의 경제 제재와 이라크 석유에 대한 통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자국 주도의 이라크 재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으로선 이 과정에서 유엔의 승인이라는 우산이 필요로 하고, 이를 위해 유엔과 국제기구의 참여를 일정부분 인정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은 유엔이 이라크 석유 수입으로 만들어지는 '이라크 지원 기금'의 자문 역할로 참여할 것으로 요구했다. 또 이라크의 치안 확보와 정부 구성을 돕기 위한 유엔 특별 협력관 파견도 제안했다. 하지만 결의안 초안은 유엔의 역할에 대한 그 이상의 구체적 언급이 없다. 영국 BBC는 유엔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주도적 역할은 불허한다는 것이 미국과 영국의 입장이라고 설명했고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초안이 유엔에 '이름뿐인 참여자 역할'만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보리 논의 전망

러시아와 프랑스는 미국의 제재 해제 주장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제재 해제는 이라크에 유엔 무기사찰단이 복귀해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선언을 한 뒤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미국의 결의안을 받아들일 경우 유엔이 이라크 재건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못하고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와 프랑스의 반대는 전후 이라크에서 자국의 영향력이 상실할 것을 우려하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때문에 이라크 공격 승인 결의안을 놓고 일전을 벌였던 미·영 진영과 러시아·프랑스 진영이 또 한번 안보리에서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은 안보리 결의안 제출과 함께 8일 자국의 이라크 경제 제재를 독자적으로 해제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안보리를 측면 압박에 나섰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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