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3중고(重苦)로 1998년 집권 이래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다. 11.6%에 이르는 최악의 실업률과 기업 도산의 속출은 심각한 경제난을 잘 보여준다. 반전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독일의 국제적 입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집권당인 사회민주당(사민당·SPD) 내부 좌우파의 갈등이 겹치면서 그야말로 사면초가가 됐다.독일의 4월 실업자 수는 4월 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독일 통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동기에 비해 무려 47만 1,000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4월 실업자수는 표면상 449만 5,000명으로 3월에 비해 11만 2,700명이 줄었다. 하지만 계절 요인 등을 감안해 조정한 실업자 수는 3월에 비해 오히려 4만 4,000명이나 늘었다.
독일 추심업협회는 올해 독일에서 도산하는 기업이 4만 개에 이르고, 이에 따라 65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해에는 3만 7,600개의 기업이 도산했다.
독일의 경제성장률도 바닥을 헤매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주 금년 경제성장률을 당초 1%에서 0.75%로 재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독일의 경제성장률을 0.3%로 낮춰 잡았다. 기민당 정부 하의 높은 실업률과 경제난을 공격하며 집권했던 슈뢰더로서는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다.
이에 따라 슈뢰더 총리는 최근 실업 수당 감축 등 비임금성 노동비용 삭감 해고 요건 완화 건강·연금 보험 등 각종 사회복지 비용 감축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개혁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해고 요건 완화 등은 중도좌파인 사민당 정책의 수정을 뜻하는 것이어서 당내 좌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노조의 저항과 사민당 전통 지지자들의 반발도 초래하고 있다.
이 같은 슈뢰더의 처지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노사 양측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샌드위치 신세"라고 묘사했다.
슈뢰더는 당내 좌파의 반발을 누르고 경제개혁안을 추진하기 위해 6월 1일 특별전당대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그는 "경제개혁안이 당내 반대로 통과되지 않을 경우 총리직을 사임할 수도 있다"며 배수진을 쳤다.
독일이 프랑스 러시아 등과 함께 반전 연대를 편 것도 슈뢰더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가 쉽게 풀릴 기미가 없는데다 유럽연합 내부에서의 독일의 입지도 약해지고 있다. 미국은 유로화 견제 차원에서 독일 경제를 흔들기 위한 각종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8만명에 이르는 주독 미군의 일부 철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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