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7일부터 1달 동안 계속된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위한 1인 시위'가 종료되는 9일 오후 2시 서울대 대학본부 앞.정리 집회에 참석한 50여 학생들은 '진리는 나의 빛'이라고 씌어진 서울대 마크가 새겨진 플래카드를 불태우며 "특권층만을 위한 대학이 과연 진정한 일류대학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달 여에 걸쳐 장애학생들과 자원학생들이 동참했던 릴레이 시위가 막을 내렸지만 장애학생들의 교육권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다. 서울대 내 장애학생은 학부생 및 대학원생을 포함해 총 57명. 2002년 새로 도입된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지난 해 7명, 올해 8명 등 총 15명의 학생이 입학하는 등 문호는 날로 개방돼가고 있지만 이들이 학교에서 정상학생들과 동등하게 교육을 받는 것은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이번 학기부터 장애학생 도우미제도가 실시됐지만 전문인력이 아닌 30명의 봉사장학생의 참여만으로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청각 장애 2급의 박윤정(경영2·22)씨는 "수업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 지난 해 1학기에는 3과목, 2학기에는 4과목을 포기했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에 대한 교수 및 비장애인 학생들의 시선 역시 곱지만은 않다. 뇌성마비 장애인인 이정민(전기 2·20)씨는 "손이 떨려서 제대로 필기를 할 수 없어 지난 해 1학기까지는 조교로부터 강의내용을 제공받았으나 다른 학생들이 이를 항의하는 바람에 2학기부터는 중단됐다"고 말했다.
인권연대사업팀이 요구하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강제력을 갖춘 총장 산하의 장애지원센터가 설립되는 것. 지난 달부터 복지과가 본부 입찰실을 개조해 공사에 착수했지만 전문인력이 지원되지 않아 상담, 연구 등의 업무가 진행되기 보다는 휴게실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장애인편의시설촉진연대의 김형수(28) 연구원은 "교육부가 장애인 특별전형을 도입해 놓고도 아무런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며 "장애인의 교육권에도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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