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아버지의 아들로 인정받고 싶어…." 친아버지가 50년 전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70대 할아버지 4형제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호적에 오르기 위해 나란히 법정에 섰다.서울가정법원 가사4단독 유승룡 판사는 8일 A(75)씨 등 4형제가 제기한 친생자 인지 소송에서 "A씨 등은 1950년 사망한 정모씨의 친생자가 맞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들의 친아버지인 정씨는 1927년 김모씨를 만나 결혼, A씨 등 4형제를 낳았으나 곧 행방불명됐다. 혼인 신고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던 까닭에 A씨 등은 어머니가 재혼한 양아버지의 자녀들로 호적에 등재돼 평생을 살아 왔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커져가는 친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A씨 등은 아버지의 유일한 친척인 5촌 당숙을 수소문했다. 지난해에야 겨우 찾아낸 당숙을 통해 이들은 아버지가 이미 6·25 사변이 있었던 1950년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뒤늦은 소식에 대한 한탄도 잠시, A씨 등은 "돌아가신 부친이지만 아들로 인정받고 싶다"며 소송을 제기, 당숙과의 유전자 감정을 통해 정씨의 친생자들로 인정받게 됐다. 첫 공판에서 법정에 나란히 출석한 이들은 법관의 이야기를 잘 알아듣지 못해 자녀 중 한명을 법정대리인으로 세우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행정적인 절차가 잘 진행돼 이들이 소원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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