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정치인을 뽑아내달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메일 편지는 노 대통령이 처음으로 정치개혁의 내용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특히 노 대통령은 이 편지에서 '잡초'라는 거친 표현을 쓰는가 하면, 직접 국민을 상대로 정치세력의 교체를 호소하는 듯한 내용도 있어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일부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8일 "원론적 얘기일 뿐"이라며 이 문제가 확대해석 되는 것을 경계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정치개혁에 대한 원론적 얘기이고 '잡초'라는 표현은 예전에도 썼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유세에서 "좋은 농사를 지으려면 잡초를 제거하듯 썩은 정치인을 솎아내면 좋은 정치가 된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고, 신당 문제로 정치권이 어수선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청와대 주변에서 정치개혁에 대해 할 말을 다 하지 못했던 노 대통령이 어버이날 기념메시지를 빌려 하고 싶은 말의 일부분을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현안인 정치개혁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그 정도의 방향 제시는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도 "정치개혁을 원하지만 당정분리 때문에 말을 못했던 대통령이 편지를 빌려서 속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이미 1일 MBC TV 100분 토론에서 신당 문제와 관련, "나도 속은 뻔하다"면서 "말할 권리와 의무가 있지만 차마 말하기가 어려워 아끼고 있고 좀 더 지켜본 뒤 때가 되면 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잡초'라는 표현이 지칭하는 바에 대해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한나라당이나 특정집단, 세력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대통령의 화법이 직설적인 비유법이라는 것을 모르나"라고 반응했다. 청와대측은 또 이번 문제가 신당 문제와 연관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유인태 정무수석은 "대통령은 아직 신당 문제에 나설 때가 아니다"라며 "당분간은 정치권에 맡겨놓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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