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도 MBC-TV '느낌표'의 '아시아, 아시아'가 화제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활을 보여주고 그들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과 만나게 해 주는 이 프로그램은 잔잔한 감동과 함께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사회 문제를 끄집어내고 치유할 수 있다는 희망을 엿보게 해준다.그러나 다른 면에서는 '아시아, 아시아'가 한계도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오락성을 추구해야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진행자들이 보여주는 행동의 과장들은 TV안에서의 현실을 왜곡시켜 투영할 우려도 있다. 한국인에게 고마워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 그리고 과도하게 외국인 노동자들의 어려운 삶을 강조하는 편집 경향 등이 그것이다.
사실 근본적으로는 대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다. 과거에는 사회 구조의 문제를 대학생들이 먼저 찾아내 원인과 대안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고치기 위해 달려갔지만 지금의 대학생들은 그렇기에는 너무나 무뎌져 있다. '아시아, 아시아'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이주 노동자 문제의 구조적 개선방안은 무엇일까'가 아니라 '저 문제, 그래. 참 심각하구나'이다. TV 속의 현실, 편집된 현실 그 이상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에 대한 관심의 부족에서 오는 '졸고 있는 대학생'의 모습이다.
대학 도서관의 대출 1순위가 판타지 소설이 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대학가의 사회과학 서점들은 운영난을 호소하며 하나 둘씩 문을 닫아간다. 많은 학생들이 진지한 세미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토플, 토익 공부와 취업 준비를 위한 스터디 모임을 하고 있다. 사회 변화의 주체가 아니라 맞춰진 구조 속에서 어떻게 적응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자본과 경쟁 논리의 끈을 잡으려 바둥거린다.
사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을 '구시대 대학생'이라고 비판하는 학생들도 있다.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현실을 모른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되묻고 싶다. 과연 무엇이 현실인가. 토요일 밤, 편안한 소파에서 '아시아, 아시아'를 보면서 즐겁게 웃고, 인스턴트 감동을 잠시 맛보는 것이 현실이라면 브라운관에 투영된 이주 노동자들의 진짜 현실은 당신이 모르는 곳에 있다. 그 현실을 바꾸기 위해 대학생들이 다시 일어서야 할 것이다.
한 아 람 연세대 불어불문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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