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바람이 안방극장에도 상륙했다. MBC 월화 드라마 '내 인생의 콩깍지'는 매회 단막 뮤지컬을 양념처럼 삽입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들고 있다. SBS가 지난달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뮤지컬 시트콤 '체인지'는 제작상의 어려움 탓에 고정 프로로 자리잡지 못했지만, 관객 앞에서 펼치는 뮤지컬과 영상 시트콤을 결합한 색다른 시도로 호평을 받았다.드라마와 뮤지컬의 만남이라는 '실험'이 일단 합격점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두 작품의 음악을 맡은 권오섭(33·사진)씨의 공이 크다. 이 때문에 '뮤지컬 드라마 작곡가'로 불리고 있지만 권씨는 한스밴드 3집을 프로듀싱한 대중음악 작곡가다.

"대학시절 웬즈데이(Wednesday)라는 그룹에서 '지금은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 분명한, 머피의 법칙'이라는 노래를 불렀고 전혀 뜨지 못한 몇몇 곡을 작곡했으며, 대중으로부터 별 반응이 없어 대학로에서 바를 운영하기도 했다"는 게 그가 털어놓은 자기 소개다.

그는 2001년 백재현, 소찬휘 등이 출연한 창작 뮤지컬 '세븐 템테이션'의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알게 된 한희 PD와 손잡고 내놓은 MBC 베스트극장 '고무신 거꾸로 신은 이유에 대한 상상'(2002)으로 드라마와 인연을 맺었다. '내 인생의 콩깍지' 역시 한 PD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드라마가 은영(소유진)과 경수(박광현)의 첫 만남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10년 세월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전개가 무척 빠르죠. 출연자들이 부르는 노래나 배경음악은 그 때 그때 주인공들의 심리 변화를 적절하게 표현해 줍니다." 드라마는 첫 만남부터 티격태격하던 은영과 경수가 10년 동안 서로의 인생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거듭한 끝에 다시 우연히 만나 사랑을 키워간다는 한국판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같은 이야기.

매회 한 번씩 약 2∼3분간 등장하는 뮤지컬 장면을 위해 들여야 하는 공은 만만찮다. "일단 대본이 나오면 작사와 작곡을 하고 출연자와 함께 연습에 들어가야 하는데, 요즘은 촬영 전날에야 대본이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시간에 쫓기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하지만 '뮤지컬 장면에 감동 받았다'는 시청자들의 소감을 들을 때는 힘이 난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작품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옛 남자 친구과 경수 사이에서 갈등하는 은영이 벽에 기대 앉아 '난 사랑한 죄밖에 없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 난 누구를 더 사랑하는가'라고 눈물을 흘리며 노래하는 장면. 알쏭달쏭한 사랑의 감정에 고민하며 은영, 경수, 이들의 친구인 인경(강래연) 영진(지상렬)이 '그 남자 내 타입이 아니야 덤벙덤벙대고 못생겼잖아/ 사랑이란 싫던 사람도 좋아지게 만드는 이상한 마술 같은 거야'라며 함께 노래 하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속 시간의 변화에 따라 흘러간 유행가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이 드라마의 재미"라고 권씨는 덧붙인다. 드라마에는 '신인류의 사랑'(015B) '찬바람이 불면'(김지연) '인형의꿈'(일기예보) '이브의 경고'(박미경) 등 90년대를 풍미한 인기가요가 구석구석 배치돼 있다.

그는 최근 8회까지 방송한 드라마 음악을 모은 OST도 발매했다. 다른 드라마 OST와 달리 모든 곡을 출연진이 직접 불렀다는 것이 특징이다. "드라마 음악에만 국한하지 않고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새롭고 신선한 음악을 계속 만들어 낼 계획"이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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