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5년 경유(디젤)승용차 국내 시판 허용에 맞춰 추진 중인 경유 가격 인상안이 산업계와 부처간 이견으로 표류하고 있다.8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화물업계 등 경유를 많이 쓰는 산업계는 물류비 경감 등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경유가 인하를 강력 주장하고 있는 반면, 환경단체와 서울시 등은 경유승용차 시판에 따른 대기환경 악화를 막기 위해 경유 가격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산업자원부와 대기오염 절감대책을 추진 중인 환경부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등 부처간 갈등이 심화하는 실정이다.
환경부와 환경단체, 자동차업계 등이 참여한 '경유차환경위원회'는 2월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의 상대가격 비율을 2006년까지 100대 85대 50으로 조정키로 잠정 합의했으나, 3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2005년 이후 재론키로 방침이 번복됐다.
산자부, 재경부 등이 날로 급증하는 물류비용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논리로 지나친 경유가 인상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경유의 상대가격을 너무 많이 올리면 물류비용이 증가하고 산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경유 가격을 휘발유나 LPG 등에 비해 과도하게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2001년 휘발유, 경유, LPG의 상대가격을 2006년까지 100대 75대 60으로 개편키로 발표한 상태에서 다시 가격 체계를 바꿀 경우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경유가 인하 등을 요구하며 7일째 파업 중인 화물업계의 움직임도 변수. 국내 화물운송의 90% 가량을 담당하는 전국운송하역노조는 현재 농업용 차량에만 주어지는 경유에 대한 세제혜택(교통세 면제)을 화물차에도 적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환경부는 현재 100대 59인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비율을 2006년까지 100대 85 수준으로 조정할 것을 재경부에 요구하고 있다. 환경단체도 경유 가격을 대폭 올리지 않으면 휘발유와 LPG 차량은 줄고, 대기오염이 훨씬 심각한 경유차가 급증할 것이기에 경유승용차 시판에 앞서 에너지가격 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유가 인상문제는 LPG 관련업계의 붕괴 등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아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LP가스공업협회 관계자는 "경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되면 LPG를 연료로 쓰는 택시가 경유승용차로 대체돼 전국적으로 1,000여 곳이 넘는 LPG 충전소가 도산할 수밖에 없다"며 "휘발유, 경우, LPG의 상대가격 비율을 100대 80∼85대 44∼47 정도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재학 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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