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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소리" 없이 강한 태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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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소리" 없이 강한 태클을

입력
2003.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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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프로축구 K리그에서 유상철(울산)이 이장관(부산)의 거친 태클에 폭력으로 보복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일전 때 다친 다리를 다시 태클당해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선수, 구단 모두 재발 방지를 위해 애써야 한다. 팬들을 그라운드 밖으로 내모는 어리석은 짓이기 때문이다.우리나라 선수들은 유럽, 남미선수들에 비해 정당한 태클이나 몸싸움 기술이 떨어진다. 어렸을 때 맨땅에서 훈련을 받아 체계적으로 태클 기술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태클이 아니다 보니 폭력적으로 보이고 이런 태클을 당한 선수는 보복심리가 생기게 된다.

요즘 유럽을 들끓게 만드는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보는 독자들은 우리나라 프로리그가 상당히 거칠다고 오해할 것이 분명하다. 환상적인 드리블, 톱니바퀴 같은 패스워크, 가공할 파워가 실린 슈팅 등 예술에 가까운 경지를 보여주는 그들의 경기에서 해코지성 태클은 결코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해다. 그들의 경기는 상당히 격하고 놀랄 만큼 몸싸움이 심하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유럽리그에 가면 몸싸움이 너무 심해 놀라곤 한다. 다만 정당하고 기술적인 몸싸움과 태클을 걸어오므로 우리 눈에 덜 거칠어 보이는 것이다. 위험지역에서 태클이 잘 안 나오는 것도 그들이 신사적이어서가 아니라 태클이 허사로 끝나 뚫리면 단독찬스를 허용하므로 자제하는 것 뿐이다.

우리나라 프로리그도 이제 이런 태클과 몸싸움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멕시코전에서 하석주가 백태클로 퇴장당한 것은 태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월드컵 같은 큰 경기에서는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고 볼 때 몸싸움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것은 큰 효과를 발휘한다.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을 잡아당기고 미는 몸싸움 훈련을 많이 시킨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요즘 아기자기한 일본축구에 비해 한국축구는 거칠기만 하다는 말을 가끔 듣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경기는 격렬해야 한다. 그래야 실력도 오르고 팬들도 환호하는 것이다. 다만 기술적이고도 완성된 태클과 몸싸움을 바탕으로 한 격렬함이어야 한다.

/전 국가대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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