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을 잃기 쉬운 계절. 매콤한 음식을 먹자니 왠지 후덥지근한 느낌이 들고 찬 음식은 속을 훑어내릴까봐 걱정이다.서울 명동 유투존 백화점 옆골목에 있는 찌개전문점 '금강섞어찌개'에서는두가지 문제가 동시에 해결된다. 국물 맛이 얼큰하면서도 시원하기 때문이다. 간판메뉴는 섞어찌개. 오징어와 돼지고기를 배추 쑥갓 고추 등과 같이 넣어 끓여 먹으면 입은 시원한데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언뜻 어색할 것 같은 오징어와 돼지고기의 조합이지만 이 메뉴를 개발한 주인 김빈자(77·여)씨는 "돼지고기는 공해에 찌든 도시인들의 영양식이고 특히 오징어와 잘 조화된다"고 자랑한다.
1971년 대원각빌딩 옆골목 빌딩 지하에서 개업했다가 20여년전 명동으로 옮긴 뒤 같은 자리에서 '칼칼하면서도 토속적인 맛'을 이어오고 있다. 한 손님이 여러 재료들을 섞어 끓여달라고 주문, 요구대로 하다보니 아예 섞어찌개 전문점이 됐다. 당시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보골보골 오징어찌개' '지글지글섞어찌개'로 상표등록까지 했고 강부자 등 유명연예인들도 적잖이 찾아왔다.
30여년의 역사는 식기에서도 묻어난다. 조그만 대접처럼 생긴 스테인리스 밥그릇과 꼭지가 달린 밥뚜껑은 예나 지금 그대로다. 손님들이 못바꾸게 한다고. 주방장을 비롯한 종업원들의 경력도 20년을 넘는 경우가 다반사다. 70∼80년대 줄을 서서 먹던 20∼30대 손님들이 다 큰 자녀들과 함께 찾아올 만큼 깊고 한결같은 맛을 내는 이유다.
메뉴는 부대찌개 곱창전골 해물전골 등 10여가지. 검은 콩을 넣어 지은 밥은 기름기가 좔좔 흐르고 물김치 배추김치 미역 고추절임 등 밑반찬은 식당이라기 보다 가정식 그대로다. 재료도 김씨 가족이 직접 최고급만을 사온다. 홀과 회식이 가능한 방까지 좌석 130석 규모. 찌개는 5,500원, 전골은 7,000원 정도. (02)778―6625
/박원식 기자
맛★★★★☆ 분위기★★★☆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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