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약간 어색하면서도 이국적인 맛이 별미로 다가왔다. 입맛에 서서히 배더니 지금은 가끔 먹어줘야 한다는 이상한 의무감까지 느낀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해장식으로는 최고다. 쌀국수를 먹으려고 일부러 술을 마신다는 사람도 있다."베트남 쌀국수, 그 성공신화가 이어지고 있다. 1998년 서울 삼성동에 포호아 1호점이 오픈하면서 본격적으로 선보인 베트남 쌀국수는 특이한 향 때문에 일부 미식가들만 찾는 메뉴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급속도로 대중화되고 있다. 벤처기업인이 최근 서울 역삼동에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호아센'을 창업, 신규시장에 뛰어드는가 하면 종전 서울 강남 일변도인 매장 오픈도 강북과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쌀국수 전문점들이 몰린 압구정동의 한 거리는 아예 '사이공거리'로 불리기도 한다.
베트남 쌀국수의 진실
국내에서 즐기고 있는 대부분의 베트남 쌀국수는 엄밀하게 말해 '베트남식 쌀국수'가 아니다. '캘리포니아식 쌀국수'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 월남 패망 후 미국으로 건너간 보트피플 출신 베트남인들이 고국에서 먹던 쌀국수를 미국식으로 변형, 퓨전음식으로 성공한 메뉴다.
캘리포니아식 쌀국수는 원래 베트남식 쌀국수보다 향이 부드럽다. 고기는 물론, 숙주나 양파 고추 등 고명도 푸짐하고 양도 베트남식보다 훨씬 많다. 양이 많은 미국인의 기호에 맞춰서다. IT기업 에스피컴텍 대표로 호아센을 차린 주해성씨는 "캘리포니아식 쌀국수는 원래 서민 음식이던 메뉴를 고급 레스토랑에서 즐길 수 있게 한 단계 레벨 업 시킨 것"이라고 설명한다.
베트남 쌀국수 맛있게 먹는 법
베트남 음식점에 밀가루는 없다. 쌀국수를 먹기 전에 시키는 스프링롤, 에그롤 등 에피타이저 또한 모두 쌀로 만든 것이다. 새우속을 넣고 복조리처럼 싸서 튀긴 웨딩샤오마이나 돼지고기와 야채 등을 버무려 튀긴 에그롤의 외피도 밀가루처럼 보이지만 모두 쌀가루다. 스프링롤 안에 들어가는 국수 역시 쌀국수다.
쌀국수에 넣는 고기 종류는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 지방이 거의 없는 양지는 여자들에게 인기고 지방질이 적당히 끼어 있는 차돌배기는 쫄깃쫄깃하다. 안심은 씹는 맛이 부드럽고 힘줄은 도가니와 비슷하다. 식사 후 연유를 타서 먹는 베트남식 커피의 향 또한 입안에 가득 남는다.
베트남 쌀국수 팬의 다변화
국내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처음 즐겨 먹기 시작한 계층은 유학생 출신들. 미국 등지의 베트남 쌀국수 레스토랑에서 경험한 맛을 다시 찾으면서 입소문이 났다. 특히 깔끔한 맛과 정갈한 인테리어를 즐기는 여성들에게 다이어트에 좋다고 사랑을 많이 받았다.
처음 오픈한 장소는 대부분 서울 압구정동과 강남권이었지만 강북, 지방 등 지역적으로도 고른 분포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술을 마신후 해장에 좋다는 효능이 알려지면서 직장 남성들이 많이 찾고 가족 단위로 외식을 즐길 만큼 소비층이 넓어졌다. 포호아도 강북 매장을 최근 늘렸고 호아센도 전국에 150개 점포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애주가들이 술 마신 다음날 베트남 쌀국수를 찾는 것은 국물에 배인 한약재 성분들이 해장에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당(酒黨)' 고객들은 숙취해소의 효능을 먼저 체험하고 난 다음 한약재 추가 사실을 알게 된다.
양지와 차돌백이 등 소뼈를 듬뿍 넣어 10시간 이상 끓여 만드는 베트남 쌀국수 국물에는 산초 정향 팔각 진피 계피 통후추 실란트로씨앗 등 몸에 좋은 한약재들이 들어간다. 몸에 밴 알코올 기운과 독소를 씻어내주는 이 한약재들의 배합 비율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식당마다 맛의 차이가 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호아센의 오경섭 이사는 "그간 베트남 쌀국수를 즐기면서도 국물에 한약재가 들어간다는 것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었다"며 "약재를 얼마나 충실하게 넣고 맛을 살리느냐가 앞으로 업소간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호아센 552―1490
포호아 582―1990
포타이 589―0305
리틀사이공547―9050
라우제 741―0292
그린파파야향기 742―1800
아오자이 754―1919
시클로 363―1013
포75 419―4751
챠오 549―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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