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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손맛의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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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손맛의 죄

입력
2003.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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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큰 비가 와서 어느 저수지 가두리양식장의 울타리가 터져 버렸다. 양식장 주인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만한 사람 모두에게 연락을 했지만 칠흑 같은 밤, 억수 같은 비를 무릅쓰고 달려온 사람들 그 누구도 어떻게 해볼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음날 그들 가운데 하나가 그런 사연을 친한 후배에게 이야기했다. 후배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자신의 동생 둘을 데리고 칠흑 같은 밤중에, 비를 무릅쓰고 차를 달려 저수지에 도착했다.낚시를 넣었다 하면 고기가 물었다. 마침내 그는 두 손으로 한 마리씩 향어를 매다는, 그들끼리의 말로 '쌍권총'을 휘두르는 환상적인 상황을 맞이했다. 그는 바늘에 미끼를 끼우고 뜰채로 물고기를 잡아올리는 일 따위는 모두 동생들에게 맡겼다. 자신은 고기가 걸렸을 때의 손맛만 보고 나서 낚시를 건네주고 새 미끼가 달린 낚싯대를 건네받곤 했다. 낚시질이 끝난 뒤 향어는 도로 놓아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죄가 된다면 죄명은 어떻게 되는지, 나는 궁금하다. 점유이탈물 희롱죄? 표류물 횡령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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