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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폐연료봉 재처리 물증 없지만 징후 농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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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폐연료봉 재처리 물증 없지만 징후 농후

입력
2003.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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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 여부를 둘러싼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미 당국은 8일 현재 의심스러운 징후를 다수 확보했으나 확실한 물증을 얻지못해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핵 재처리는 북한 핵 위기의 '금지선'(Red Line)으로, 미국의 대북정책 수위를 가르는 전환점으로 간주돼왔다.미 정찰위성이 포착한 징후는 간단치 않다. 영변의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지난 달 30일 일시적으로 연기가 분출됐다. 차량과 인력도 빈번하게 오갔다. 다만 재처리의 결정적 물증으로 알려진 불활성 기체 크립톤―85는 감지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이런 물증 만으로는 재처리에 들어갔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그러나 아니라고 단언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두 가지 추론이 있을 수 있다. 우선 내주 한미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전략적 모호성을 기함으로써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북한의 교란전술일 수 있다. 실제 미국은 북한이 지난 달 베이징(北京) 3자 회담에서 "폐연료봉을 모두 재처리했다"고 통보했음에도 '새로운 정보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재처리는 몰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한이 재처리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북한 외무성이 "행동에 옮기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담화를 발표한 지난 달 30일 연기가 나왔다. 북한이 지하시설을 이용해 크립톤―85 가스를 다른 쪽으로 배출했을 수도 있다. 미 정보당국도 최근 북한이 재처리를 일부 시작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의 재처리 진입 여부에 대한 결론을 유보하더라도 이번 사태는 핵 위기의 평화적 해결에 악재가 될 것 같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미국은 대북 압박수위를 높일 공산이 크다. 이를 기화로 미 행정부 내에서는 '국지적 공습'(Surgical Strike)까지 거론하는 대북 강경파가 득세할 수 있다. 핵 위기의 현상 동결을 전제로 추가 대화를 모색중인 우리 정부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도 있다.

북한은 영변의 재처리 라인을 하루 24시간씩 가동할 경우 133일이면 8,000개의 폐연료봉(50톤)을 모두 재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북한은 약 넉 달 반 만에 핵무기 4∼5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22.5∼27㎏을 얻을 수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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