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심각해지는 수도권 교통난 해결을 위해 각 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경전철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수조원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지하철과 달리 수천억원으로도 건설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 하지만 이 역시 자치단체가 감당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액수인데다 사업성마저 불투명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현재 수도권에서 경전철을 추진하는 지자체는 모두 7곳. 이중 의정부 하남 용인시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협상과정을 밟고 있고 성남 파주 광명 수원시는 최근 건설계획을 수립하고 타당성 등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사업비와 운임 등 걸림돌이 많아 사업이 시작이나 할 수 있을 지, 공기내 개통은 될 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의정부시는 송산동―송산·금오택지개발지구―경기도 제2청사―시외버스터미널―의정부시청―장암지구를 연결하는 10.46㎞ 길이의 경전철을 2007년 개통키로 하고 올 하반기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러나 의정부시가 책정한 기본요금 800원은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600원)보다 30% 가량 비싸 시민단체들로부터 사업 전반에 대한 전면 재검토 요구를 받고 있다.
하남시는 4,000억원을 들여 서울지하철5호선 상일동―상일초등학교―덕풍파출소―신장초등학교―하남시청―창우동을 잇는 총연장 7.8㎞의 경전철을 2007년 완공키로 했으나 우선협상 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당초 예정된 올 하반기 착공이 어렵게 됐다.
용인시도 분당선 구갈역―강남대―동백지구―용인시청―명지대―에버랜드를 연결하는 18.84㎞의 경전철을 2007년 완공키로 하고 캐나다 봄바디사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봄바디사가 사업비로 8,400억여원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용인시는 7,000억원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협상완료시기인 내달까지 원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협상대상자를 재선정해야 할 위기에 놓여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전철을 건설하겠다는 자치단체는 줄지 않고 있다. 성남시는 서울지하철8호선 산성역―성남시청―모란―분당선 이매역―새마을연수원―장안타운―율동공원을 연결하는 제1노선과 새마을연수원―중앙공원―정자동―미금동을 잇는 제2노선 등 2개의 경전철을 추진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8,000여억원이 들어가며 2010년 완료된다.
그러나 구시가지 도로가 너무 협소해 공사기간동안 엄청난 교통체증이 예상되는데다 분당신도시는 도로체계가 잘돼있어 굳이 경전철을 건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성남시의 계획이 전형적인 탁상행정, 보이기 행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광명시는 5,000억원을 투입해 경수전철 관악역―경부고속철도 광명역―소하택지예정지구―서울지하철7호선 철산역의 10㎞ 구간에 경전철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예산을 투입한다면 도로, 버스 등을 확충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수원시는 최근 발표한 '2020 수원도시기본계획안'에서 2020년까지 세류―수원시청―천천―성대, 성대―농촌진흥원-세류를 잇는 총연장 40여㎞의 순환 경전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1996년 이미 한차례 유사한 계획을 세웠다가 흐지부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사업성이 없어 계획만 세웠다 중단한 사업을 이제 와서 다시 추진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전철이 중소도시교통망 확충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사업성을 철저히 따지지 않은 채 시류에 이끌려 섣불리 시작했다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 지자체 재정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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