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예대(預貸)마진 축소에 따른 영업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너도나도 '수수료 장사'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무차별적인 수수료 인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특히 각종 수수료에 대한 원가분석을 통해 과다하게 인상된 부분은 시정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수수료 재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금융감독원은 8일 은행권 수수료에 대한 실태파악 결과 원가와 무관하게 자의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하는 사례가 많다고 판단, 강력한 창구지도 등을 통해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다수 은행들이 경영합리화 등을 통해 비용인상 요인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데도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전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객 이용빈도가 가장 높은 계좌이체 수수료부터 합리적 수준으로 낮추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타행환(자기은행과 다른 은행간 거래) 계좌이체(송금)의 경우 똑같은 서비스인데도 은행별로 건 당 1,000∼2,000원씩 수수료 차이가 나고 있다며 고객에게 높은 수수료를 물리고 있는 은행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업계 최저 수준으로 인하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금감원 조사결과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타행환 송금수수료의 경우 고객이 은행 영업시간 중 100만원 이상을 보낼 때 우리은행은 건 당 1,500원을 물리고 있지만 조흥은 2,000원, 제일·외환·신한·하나·국민·기업 등은 2,500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마감 후에는 은행에 따라 건 당 300∼500원의 영업외시간 수수료를 별도 부과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수수료 격차는 더 큰 상태다.
창구를 통한 송금도 조흥은 25일부터 송금액에 관계없이 건 당 3,000원을 받기로 했지만 우리, 제일, 외환 등 대다수 은행들은 100만원 이하를 보낼 땐 2,000원을 받고 있고, 농협은 10만원 이하 소액 송금에 대해서는 1,000원만 징수하고 있다. 100만원 이상 창구송금 수수료의 경우 하나, 농협, 제일은 3,000원이지만 우리은행이 이 달부터 3,500원으로 인상했고 국민, 외환, 신한, 한미 등은 4,000원이나 받는 등 은행별로 천차만별이다.
한편 금감원은 불합리한 수수료의 조정과 함께 고객에게 불리하게 돼 있는 일부 은행의 연체이자 책정방식도 개선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국민, 조흥, 한미, 신한 등 주요 시중 은행들이 대출 종류에 상관없이 같은 기준의 연체이자(14∼21%)를 물리고 있는 반면, 제일은행의 경우 신용대출(16∼18%)과 주택담보대출(18∼25%)의 연체금리를 서로 달리 적용, 주택담보대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고 있어 시정을 요구키로 했다고 밝혔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