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방침에 대해 민주당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금리인하에 대한 찬반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은행 박 승(朴 昇) 총재가 돌연 태도를 바꿔 금리인하를 시사, 정부 외압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까지 가세함으로써 금리정책이 중심을 잃은채 표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8일 청와대에 따르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전날 민주당 당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투기 대책이 전제되지 않는 금리인하는 상당히 위험하다"는 정세균(丁世均) 정책위의장의 건의를 듣고 "한은 총재와 만나 당의 뜻을 전하라"고 지시했다.
정 의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의 경기불안과 투자부진 등은 금리 탓이 아니다"며 "금리를 내리면 가뜩이나 넘치는 시중유동성이 더욱 늘어나 부동산 가격 폭등 등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6일 정부와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가진 '거시경제 점검회의'에서도 "정부가 경기활성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금리 인하론과 "집값 불안정과 초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금리 동결론이 팽팽히 맞섰다.
특히 지난달 하순까지만 해도 금리인하 여론이 비등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불안이 가라앉지 않자 금리인하에 대한 반대여론이 확산되는 양상이어서 13일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결정이 주목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미 콜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하면서 장기채권 금리가 계속 하락, 장단기 금리차가 거의 사라진 상태여서 한은이 이제와서 금리인하 방침을 철회할 경우 금리구조의 왜곡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를 견제하며 중립적인 통화신용정책을 펴야 할 한은이 중앙은행으로서의 제 역할을 못한채 외부 입김에 휘둘리는 것이다. 한은 노조도 "정부에서 부양 얘기가 자꾸 나오면서 총재의 입장이 바뀐 것은 외압에 흔들렸거나 경기에 대한 판단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금리인하에 대한 자체 설문조사에 나섰다.
한 시중은행장은 "금리인하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지만, 더 큰 문제는 한은이 정책적 소신 결여와 자신감의 부재로 신뢰성 있는 통화정책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금리정책 자체가 중심을 못 잡고 갈팡질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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