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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삶터/노인 자활기관 "시니어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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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삶터/노인 자활기관 "시니어클럽"

입력
2003.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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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일(61)씨는 2개월전부터 매일 아침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종로시니어클럽으로 출근한다. 반평생을 공무원으로 일하다 5년전 퇴직한 그의 새 직장은 이곳에서 운영하는 유니콘실버택배. 안씨는 지하철로 물건을 배달하고 있다. 몸은 고되도 5년 만에 받아든 월급 25만원에 엄청난 기쁨을 느꼈다. 비가 내려 오토바이 퀵서비스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던 7일에도 안씨는 택배를 위해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종로시니어클럽에서는 60, 70대 고령자들이 '일하고 싶은 욕구'를 푼다. 이 클럽은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으로 출범한 20개 지역사회시니어클럽 가운데 2001년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50대 이상 고령자 80여명이 종로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지하철택배, 간병인이나 베이비시터 등의 재택케어서비스, 숲생태 해설, 꽃집 등에서 '신성한 노동'을 한다.

현재처럼 다양한 사업아이템을 갖추기까지 이 클럽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다. 첫 사업으로 2001년 10월 서울 대학로에 찜닭집 '친친'을 열었으나 곧 사양업종이 돼 문을 닫아야 했다. 종로시니어클럽 차승현 실장은 "초기 투자비는 적은 대신 노년의 노동력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노년층 체력으로도 보다 젊은 계층에 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사업아이템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후에는 틈새를 공략했다. 베이비시터사업은 젊은층이 맡기를 꺼리는 0∼3세 영아를 타깃으로 했다. 택배사업은 신속성보다는 저렴한 비용으로 승부를 걸었다.

다른 시니어클럽들도 3D업종을 노년층의 보람된 일자리로 탈바꿈시켰다. 충주시니어클럽의 주력 사업은 유기농재배농장과 손 세차장. 60, 70대 20여명이 교외에 마련된 2,200평의 '꿈의 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손 세차는 60대 이상에게는 체력 부담이 클 뿐 아니라 대표적인 3D업종이지만 사람을 많이 써서 1인당 노동량의 부담을 줄이는 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동해시니어클럽은 오징어임가공 공동작업장을 만들었다. 오징어임가공은 보수가 적은 탓에 젊은이들이 싫어하지만, 60대 할머니들에게는 훌륭한 부업거리. 설과 추석 명절 시즌에는 공동작업장에서 한과를 제조·판매해 수입을 보충한다.

시니어클럽에서 일하는 노년 세대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종로시니어클럽에서 간병인으로 활동하는 박성자(71)씨는 "일을 하고 싶을 뿐"이라며 "내 용돈 정도는 버니 자녀들에게도 떳떳하다"고 한다. 차 실장은 "노년의 무위고(無爲苦)를 달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월급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생계를 직접 꾸려야 하는 노인도 월 50만∼70만원의 수입에 만족한다"고 전한다. 보다 많은 노년들이 일자리를 나누어 갖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성희 시니어클럽협회 회장은 "공공근로가 노년층에 개방되지 않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회에서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그들이 자활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 시니어클럽이란

지역사회시니어클럽은 65세 이상 노인과 50세 이상 퇴직자를 위한 자활후견기관이다.

보건복지부는 경륜있는 노인들의 사회참여 확대를 목적으로 2001년부터 지역사회시니어클럽을 시범사업으로 추진, 전국적으로 20개 사업기관을 선정했다. 생산가능연령인구(15∼64세)의 노년인구(65세 이상) 부양 부담이 2000년 10명에 1명꼴에서 2030년엔 10명에 3.6명 비율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노년층의 소득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지역사회시니어클럽의 운영주체는 종교단체나 사회복지법인 등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지역 여건을 감안해 사업계획을 세워 활동을 희망하는 노인을 회원으로 모집, 재교육 과정을 거친 뒤 일자리에 투입하고 있다. 참가 노인들은 인건비에 해당하는 보수를 받게 된다. 정부는 시범사업기관에 연간 1억5,000만원씩 지원한다.

서울 대구 등 도시형 시니어클럽은 경비 주차관리 건물관리 등의 용역서비스와 아이돌보기 간병과 같은 사업을, 충주 등의 농촌형 시니어클럽에서는 유기농 재배 사업을 주로 실시하고 있다. 종로시니어클럽이 은퇴 교사를 중심으로 시작한 숲 생태해설 사업은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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