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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관심갖는만큼 급식 좋아져요"/3년째 감독·개선앞장 피기웅 충암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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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관심갖는만큼 급식 좋아져요"/3년째 감독·개선앞장 피기웅 충암高교사

입력
2003.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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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식판에 관심을 가지면 분명 아이들 급식이 달라집니다."서울 충암고 피기웅(45·사진) 교사의 점심시간은 불과 20여분이다. 원래는 50분이지만 나머지 30분은 전체 교실을 돌며 아이들의 급식을 살펴 본다. 학생들에게 밥이 맛있는지, 어떤 반찬을 좋아하는지 묻기도 하고 가공식품에 색소가 과하게 첨가되지는 않았는지, 너무 짜거나 달지 않은지 등도 점검한다. 메뉴에 따라 배식 관리자에게 음식량을 조절하게 하고 잔반통을 살피는 것도 피 교사의 일이다. "비빔밥은 밥이 부족할 때가 있거든요. 아이들 먹는 양을 보아 그때그때 조절을 해 줍니다. 잔반통도 잘 봐야 해요. 너무 딱딱한 콩자반 같은 건 그대로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다음 배식 때 또 그런 상태로 나오는 건 그만큼 아이들의 기호에 무신경하다는 말이잖아요."

대개 교사들은 교사식당에서 아이들과 다른 밥을 먹기 때문에 열악한 급식상황을 잘 모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학교에는 피 교사 외에도 담임교사 중 절반 가까이가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급식 관련 시민단체인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의 회원이기도 한 피 교사는 이 학교에서 급식을 시작한 3년 전부터 학생들과 함께 식사를 해왔다.

지난 2월 피 교사는 이 학교와 또다시 재계약을 하려는 대형 급식업체와 싸워 이겼다. "형편없이 열악한 밥을 주면서도 계속 우리학교와 거래를 하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들 설문 조사와 운영위원회 의견 등을 종합해 결국 업체를 바꿨습니다."

피 교사는 지난 겨울방학 내내 법률공부까지 하면서 업체가 학교를 떠날 때 요구한 거액의 감가상각비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깎기도 했다. "안락한 점심식사는 포기한 지 오래지만 내 아이들이 먹는 밥이라고 생각하면 하나도 힘들지 않습니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피 교사는 "맛있게 밥을 먹는 학생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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