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사!"당신 얼굴은 망치로 때려 뭉개고 싶을 만큼 예뻐" "당신의 눈알을 파내 빨아 먹고 싶어요" (배리와 레나가 처음 잠자리에 들면서)
"내 평생 처음 사랑이 왔어. 나한테는 네가 상상할 수 없는 힘이 있어"(배리가 '매트리스 맨'을 위협하며)
당신이 누나가 7명이나 되는 집의 외아들이라고 상상해 보자. 그런데 바이어와 상담하고 있는 사이에 누나들이 30초 간격으로 전화를 해대며 "오늘 저녁 모임에 늦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며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 심지어 잊고 싶은 옛날 얘기까지 끄집어 내서 수다를 떨고, 잠시라도 불편한 눈초리를 보내면 "애가 옹졸하다"느니 "뭐 화난 거 있느냐"고 잔소리를 해단다고 하자. 집에 앉아 있어도 러시아워의 광화문 사거리에 혼자 서 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때로는 레스토랑 화장실 문을 주먹으로 쳐서 피가 날 지경이 되더라도 단단한 일상은 깨어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미칠 노릇이다.
'펀치 드렁크 러브'(Punch Drunk Love)는 신경쇠약 직전인 남자의 따분한 일상과 거기에서 막 탈출하기까지의 전혀 다른 나날을 그려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배리(아담 샌들러)는 1.99달러짜리 푸딩 세트를 3,000달러 어치만 사면 125만 마일의 비행 마일리지를 적립해 준다는 광고를 보고 미친 듯 푸딩을 사들인다. 특별히 어디로 여행을 가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저 일상의 탈출을 꿈꿀 뿐이다.
어느날 아침 그는 거리에 내동댕이쳐진 풍금을 발견해 사무실에 갖다 놓는다. 그날 한 여자의 방문을 받는다. 레나(에밀리 왓슨)는 배리에게 자동차 열쇠를 맡기곤 사라진다.
개선될 가능성이 없는 일상에 빠져 있던 배리는 이 때부터 두 가지 사건에 휘말린다. 잠시 폰 섹스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가 신상정보가 노출돼 전문 '꾼'들의 협박을 받는다. 또 다른 사건은 레나의 적극적 구애. 폰 섹스 협박단의 공갈이 거세지면서 레나와의 사랑도 점점 달아오르고 배리는 드디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극적인 하루 하루를 맞게 된다.
코믹 연기의 대명사였던 아담 샌들러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지루한 일상을 사는 독신남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영화 속에서 그는 할리우드를 주름잡던 코미디 배우라는 '과거'를 완전히 지운 듯하다. 배우란 역시 감독의 조련에 따라 천양지차의 모습을 보일 수 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부기 나이트'와 '매그놀리아'를 통해 미국인의 치부를 치밀한 시선으로 들여다봤던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은 이번에는 단조가 아닌 장조 음계로 사랑의 판타지를 매혹적으로 그려냈다.
푸른 화면에 보이는 대형 슈퍼 마켓의 기계적 통조림 배열, 레나를 찾은 하와이 호텔에서 역광에 노출된 배리와 레나의 포옹 장면 등은 화면 하나가 많은 메시지를 던지는 잘 짜인 '미장센'의 매력을 보여준다. 앤더슨 감독의 단짝인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은 악덕 폰 섹스 회사 사장 '매트리스 맨'으로 나와 제 몫을 충실히 했다. 영화 제목은 주먹에 맞은 듯 얼떨떨할 만큼 아찔한 사랑이라는 뜻이다. 8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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