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실에서 일을 하려고 청와대에 온 것은 아닙니다."7일 무보직 비서관으로 청와대 총무실에 대기발령된 송경희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 말로 청와대를 떠날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해성 홍보수석이 이날 브리핑에서 "송 전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역량에 맞는 보직을 다른 곳에서 찾게 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답을 준 셈이다.
끝내 경질이 발표된 후 몇몇 기자들을 만난 송 전 대변인은 "나는 정치를 너무 몰랐다"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또 "내게는 명예가 소중했다"며 "전문직이었던 내가 이곳에 와서 '몰라요 대변인'으로 그만두게 됐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소회를 묻는 질문에 "인수위 때 '길면 2달'이라고 생각했는데 2달은 넘겼으니 잘한 것"이라며 농담으로 응수하는 여유를 갖기도 했다.
송 대변인은 잦은 말 실수와 경험부족으로 오래 전 낙마가 예상됐다. 그는 내정되자 마자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모른다"고 말해 처음 곤욕을 치렀고, 이후에도 브리핑 때마다 "모르겠다"는 말로 일관해 언론의 잦은 비판을 받았다. 이라크 전 발발 직후 "워치콘을 격상했다"는 오보 브리핑으로 남북대화가 차질을 빚은 것은 교체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실, 특히 홍보수석실이 새로운 브리핑 제도의 모든 문제점을 송 대변인 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려 '희생양'으로 만들었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청와대에 아는 사람 하나 없이 고군분투하는 그를 도와준 '노무현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그는 이날 "한달쯤 전 노무현 대통령이 최대한 예우를 갖춰 통보를 했다"고 공개했다. 송 전 대변인은 경질 사실을 안 한 달 동안 아무런 티도 내지 않았고, 더욱 성실히 일했다는 게 기자들 대부분의 평가다. 그는 신임 대변인을 발표하는 브리핑에도 참석,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발표 도중 눈시울을 붉히며 곧 자리를 떴다.
그는 3일 청와대 내부 일정 때문에 늦어진 대변인 임명장을 받았다. 교체인사가 발표되기 꼭 나흘 전의 일이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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