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가수의 유명 곡을 후배, 무명 가수들이 녹음해 발매하는 음반을 '커버 버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과거 불법 복제해서 길거리 리어카에서 팔던 것과 비슷하지만 저작권자의 허락을 얻었다는 게 다르다. 드물지만 커버 버전 음반이 오히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일도 있다.내 친구는 한때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교향곡을 담은 클래식 음반을 생산, 판매하는 일을 했다. 그는 외국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곡이 담긴 마스터 음반을 수입해서 CD에 복제했다. 그런데 그 마스터 음반이 정품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싸서 유명 오케스트라 연주 음반의 반의 반 값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 음반이 커버 버전이었기 때문이다. 가령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는 유명 오케스트라의 이름과 비슷한 '빈 하모니'가 유명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이름이 비슷한 헤르베르트 폰 카를로스의 지휘로 연주한다. 이런 오케스트라는 방학 중인 음대 재학생들 등으로 급조돼 한꺼번에 수십 곡을 녹음하고는 해체되는 게 보통이라고 했다. 연주의 질? 그건 따질 수 있는 정도의 귀를 가진 사람이 따지는 법인데 그때까지 따진 사람은 없다고 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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