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오늘]<794>사면을 위한 호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오늘]<794>사면을 위한 호소

입력
2003.05.08 00:00
0 0

"일주일 가운데 어느 날이든 신문을 펼쳐 보자. 자국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종류의 의견이나 종교를 지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세계 어느 곳에선가 투옥되고 고문 당하고 처형된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은 그런 뉴스를 접하며 메스꺼움과 무력감을 느낄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에 전세계 독자들이 느끼는 그런 메스꺼움과 혐오감이 하나로 묶여 공동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뭔가 효과적인 일이 성취될 수 있다."1961년 5월8일자 런던의 주간 신문 '업저버'와 파리의 일간 신문 '르몽드'에 동시에 실린 칼럼 '잊혀진 수인들'의 도입부다. 칼럼 필자는 영국인 변호사 피터 베넨슨이었다. 베넨슨은 이 칼럼에서 그 '효과적인 일'이란 '사면을 위한 호소, 1961'이라는 이름의 국제 캠페인이라고 밝힌 뒤, 세계 모든 정부에 대해 정치적·종교적·이념적 이유로 수감돼 있는 사람들을 모두 석방하거나 최소한 그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그 뒤 40여년 동안 세계의 양심수들에게는 희망의 등불이었고 억압적 정부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았던, 그리고 영국의 한 신문이 힐난인지 찬사인지 모를 '우리 시대 최악의 미친 짓'이라는 딱지를 붙이기도 했던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가 태동하는 순간이었다.

베넨슨의 칼럼에 인권운동가들이 호응해 태어난 국제사면위원회는 1961년을 범세계적인 사면의 해로 정하자는 베넨슨의 발상을 훌쩍 넘어서서 이념과 종파와 인종을 초월해 인권을 옹호하는 상시적 운동단체가 되었다. 가시 철사에 휘감긴 촛불의 형상을 한 국제사면위원회 로고는 오늘날 세계 도처의 감옥에서 희망과 자유의 상징이 되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1977년에 노벨평화상을, 그 이듬해에 유엔 인권상을 받았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