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알선 지입제 등 화물운송업계의 고질적인 모순이 파업이라는 극단의 형태로 곪아 터졌다. 운송법인이나 중간알선업체와의 복잡한 계약 관계 속에서 저운송비 구조가 정착, 개인화물차주들은 생계를 이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어서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는 현실은 이런 악조건에서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마저 막아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얽히고 설킨 계약관행
화물연대가 소속조합원 8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알선업체를 통해 화물을 확보하는 경우가 63.4%, 운송회사를 통한 경우가 32.5%인 반면 화주와의 직접 계약은 1.1%밖에 되지 않는다. 포스코의 경우도 육상수송의 95%를 대한통운 등 5개 운송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고, 개인화물차주는 이들 운송업체로부터 다시 알선업체를 거쳐 일을 맡게된다. 개인화물차주들은 운송업체와 알선업체를 거치면서 운임의 30% 내외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인다고 주장한다.
지입제 역시 화물연대를 파업으로 내몬 중요한 원인이다. 지입제는 차량의 실질적 소유주가 이른바 '번호판값'을 지불하고 다른 운수법인의 명의로 차량을 등록한 채 영업을 하는 형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5톤 이상 사업용 화물차량을 5대 이상 보유해야 운수법인으로 등록이 가능케 하고 있어, 대부분 영세 화물차주들은 이런 방식으로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지입제와 다단계 알선 등으로 운송업체 중간알선업체와 이중으로 복잡하게 얽히면서 수익이 형편없어져 생계 보장도 어려운 지경"이라고 말했다. 운임이 10년째 동결된 반면 경유가격 및 도로통행료 등 직접 비용은 급상승, 적자운행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법적으로 특수고용직
지난해 6월 1만5,000명의 개인 화물지입차주 겸 운전자들이 연대해 결성한 화물연대는 곧바로 민주노총 산하 전국운송하역노조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들은 노동자가 아니다. 화물차량을 소유하고 운송업체나 화주와 계약을 맺어 영업을 하는 자영업자적 성격이 짙다는 점이 법적으로 중시돼 레미콘기사 학습지교사 캐디처럼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중간적 형태인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연히 노동3권은 보장 받지 못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화물연대의 파업을 순수한 노동현안의 차원에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노동 여건이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열악했던 만큼 사전에 보호책이 강구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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