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 시작되는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형식을 벗어난 실질외교'가 된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방미가 북한 핵, 주한미군, 경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례적인 신임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의전과 경호가 파격적으로 간소화됐다.노 대통령은 7일 "외국의 경우 의견 조율이 필요한 현안이 있으면 정상끼리 바로 만나서 해결하는 효율성 있는 외교를 하는 것 같다"며 "나도 이번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조율할 일이 있어서 방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방미 준비팀에 "의전상으로 구애 받지 말라"고 특별히 강조했다.
때문에 이번 양 정상의 만남에서도 예전 정상회담과는 달리 의례적인 언사들이 대폭 생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상회담 의제는 대통령의 요구에 맞춰 많은 '알맹이 있는 대화'가 되도록 짰다"고 설명했다. 또 노 대통령은 목표에 맞춰 뉴욕에서는 국제금융 관련 인사,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정보통신기술 관련 인사, 워싱턴에서는 한미동맹, 안보 관련 인사를 집중적으로 만나도록 예정됐다.
이번에는 대통령의 경호가 차단 경호에서 개방형 경호로 바뀌면서 미국으로 따라가는 경호 인력도 줄어들었다. 경호 문제로 제한됐던 대통령의 동선도 자유롭게 짰다. 과거 대통령의 일정은 몇 분 단위로 짜여졌지만 3차례 예정돼 있는 동포간담회의 경우는 이런 세세한 스케줄이 아예 없다. 미리 정해진 '말씀 자료'도 만들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현지 동포들과 서로 얘기를 주고 받으며 진솔한 동포의 얘기를 듣게 된다. 일방적 연설대신 토론이 가능한 간담회로 잡은 것도 변화이다. 또 음식, 그릇, 각종 장비들을 한국에서 갖고 갔던 관행을 바꿔 '현지 물품'을 적극 사용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을 번갈아 타던 관행도 바꿨다. 청와대측은 경쟁입찰제를 도입 이번에 싼 가격을 제시한 대한항공의 전세기를 사용하기로 확정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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