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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지방대 지역혁신 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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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지방대 지역혁신 核으로

입력
2003.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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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균형과 함께 '지역혁신체계'가 개혁정책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혁신체계란 지방정부의 독점적 정책결정과 집행구조에서 벗어나 지방대학 및 연구소, 지역 산업체, 시민단체가 공동 참여해 지역을 변화시키고 관리하는 체계를 의미한다.참여정부가 세계화와 함께 진행되는 지방화 전략으로 지방대학의 육성을 통한 지역혁신의 길을 택한 것이다. 이 구상에 따르면 지방대학은 한편으로는 중앙정부로부터, 다른 한편으로는 지방정부와 지방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지식기술과 인재양성 등 지역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

과연 우리의 지방대학은 지역발전의 중추기지 및 기획센터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가. 이 같은 지역혁신체계의 구축에는 만만치 않은 장애물들이 도사리고 있다.

첫째, 현재의 지방정치문화이다. 국가균형발전 모델은 내생적 발전전략을 통해 전국 각 지역을 상호의존 및 상생의 관계로 발전시켜 전국토의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지만, 전국정치를 향한 지방의 시각은 저마다 다르다. 지금의 각 지방정부는 근본적으로 지역균열정치의 산물이다.

실제로 분권과 분산을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정책의 우선순위와 구체적 방법을 둘러싸고 생각이 서로 다르다. 수도권 대 지방의 관계가 화두에 오르면, 모든 지방이 분권과 분산이라는 총론에는 찬동하면서도 정작 각론에 들어가면 지방간에 경쟁·대립하기 일쑤여서 오히려 '다른 지방보다는 차라리 수도권'을 선택하는 자기모순에 빠진다. 이 점에서 지역혁신체계 구축은 논리적 타당성과 함께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지방연합'의 성공여부에 성패가 달려 있다. 지방대학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장애요인은 지방정부와 지방대학간에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 구조이다. 같은 지역사회에 있으면서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대학은 중앙의 서로 다른 부처와 관계를 맺고 있어 공동의 의제를 둘러싸고 상호 토론과 협조, 지원한 경험이 많지 않다. 지방대학의 총장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지역혁신체계를 이끌어갈 비전과 능력을 겸비하고 있는가도 따져봐야 한다. 이런 상황을 방치한 채 막연히 '지방대학'에 지역혁신의 중심역할을 맡긴다면, 추상적 공론에 빠질 위험이 있다.

셋째는 지방대학 내부의 문제이다. 지방대학은 단일·동질적 존재가 아니다. 지방도 역시 국립대학과 사립대학, 거점대학과 '주변대학'으로 위계화해 있다. 지방대학들은 좁은 교육시장을 둘러싼 경쟁에 치중한 나머지 협조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했다. 어떤 경우에는 '내부 식민지'라고 불릴 정도로 지배종속 관계가 강한 반면, 어떤 경우에는 자존심 경쟁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두절되어 있다. 모든 지방대학을 육성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간 역할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넷째, 전략적 발전단위로서 지방대학 육성은 특성화를 전제로 한다. 그동안 지역별·대학별 특성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지만, 과거의 국제지역연구 프로그램이나 근래의 생명공학기술, 정보통신기술, 문화산업 육성 등에서 보듯이 '특성의 획일화'로 귀결된 측면이 있다. 이런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능력에 맞는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연구자의 대학간 이동이 보다 자유롭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지역혁신체계 구축에 참여해야 할 각 주체들은 지금껏 중앙집권체제 하에서 서로간에 신뢰와 협조관계 보다는 무관심과 불신이 더 컸다. 성장주의 일변도의 지방자치단체장들, 상시적 위기에 처해 있는 지방산업체들과 함께 지역혁신이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우리의 지방대학은 분명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지만, 거기에는 무거운 책임이 함께 다가오고 있다.

정 근 식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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