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최악인 수도권 대기질을 개선키로 한 정부 방침이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수도권 대기환경개선특별법 제정을 위해 4월말까지 태스크포스를 구성키로 했지만 환경부와 산업자원부 등의 입장 차이로 시한을 넘긴 지금까지 윤곽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특히 환경부는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2005년부터 허용키로 한 경유승용차 국내 시판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등 부처·업계·환경단체간 의견대립이 복잡하게 뒤얽히고 있다.특별법 내용
환경부가 지난해 10월 입법예고를 한 이후 해를 넘기며 공전하고 있는 수도권대기환경개선특별법은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지역별 사업장별로 총량 관리하겠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이를 통해 수도권 대기질을 10년내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시키겠다는 목표다. 지금까지는 사업장별로 대기오염물질의 배출농도만 규제해 왔지만 수도권의 늘어나는 공장들로 인해 대기오염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각 지자체는 연간 대기오염물질의 총량을 정해 단계적으로 감축시켜 나가야 한다. 이에 따라 각 사업장은 대기오염물질의 배출 허용량을 할당 받게 되며 이를 어길 경우 초과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또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돼 배출허용량의 권리를 기업끼리 사고 팔 수도 있다. 특별법은 수도권 산업계에 대한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 수단'이 되는 것이다.
연내제정 VS 시기상조
환경부는 수도권 대기오염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특별법을 반드시 연내에 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서울의 미세먼지가 76㎍/㎗ 로 도쿄(東京) 파리 뉴욕 등 선진국 수도에 비해 2∼3배나 높은 실정이며 시정도 2000년 10.9㎞로 울산(16㎞) 대구(13.9㎞) 등에 비해 20∼40%나 짧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연간 10조원으로 추정돼 특별법 제정을 더 이상 미루기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기업에 대한 규제강화로 산업활동이 위축되고 사업을 새로 시작하려는 기업가들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월 수도권의 11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사업장별로 설비투자비가 22억7,000만원, 연간 운영비가 7억2,000만원 추가 소요되고 심각한 경영난에 처할 업체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산업자원부나 건설교통부는 "특별법 제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연내 제정은 무리"라며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는 입장. 특별법 제정이 도로건설과 산업단지 조성 등의 걸림돌로 작용해 수도권을 동북아중심지역으로 만들려는 계획에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경유승용차 허용과 연계
환경부는 3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4월말까지 구성키로 한 태스크포스까지 거부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어차피 실무자들끼리 수십 차례 논의해온 상황에서 또 다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논의하는 것은 의미 없는 시간끌기"라며 "연내 제정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특별법의 연내 제정에 매달리는 이유는 특별법 제정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와 상반되는 경유승용차의 국내 시판은 업계와 산업자원부 등의 요구에 밀려 허용해주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3월 27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경유승용차 국내 시판을 2005년부터 허용키로 결정한 이후 환경단체들이 연일 집회를 갖는 등 반발수위를 높이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환경부는 특별법 연내 제정이란 강수를 들고 나온 데 이어 이와 연계해 경유승용차 국내 시판 허용까지 보류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도권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는 한 우리도 경유승용차 시판 허용을 계속 끌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유차 허용 결정으로 안도하던 현대 기아차 등 자동차 업계는 뒤늦게 불똥이 튈까 안절부절하는 분위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결정된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어 업무추진이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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