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대북송금과 관련, 그 동안 국정원 직원으로 알려졌던 신원불상의 수표배서자 6명 중 1명이 외환은행 직원으로 밝혀져 배서경위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감사원은 지난 2월 "전체 배서자 중 국민연금관리공단 전산망에 등재돼 있지 않은 신원불상자가 6명"이라고 발표, 외환은행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대북 비밀송금 의혹을 수사중인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7일 "현대상선이 2000년 6월9일 외환은행에 제시한 산은 대출금 4,000억원의 수표 배서자 12명 중 현대상선 직원이 아닌 신원불상자 6명 중 1명은 외환은행 직원"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측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현대상선의 산은 대출금 4,000억원은 65장의 수표로 쪼개져 이중 2,235억원에 해당하는 26장은 대북송금에, 나머지 수표는 현대상선의 운영자금으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환은행 직원이 배서한 수표는 10억원짜리 자기앞수표 1장으로 이 수표는 다시 5억원짜리 외환은행 수표 2장으로 나눠진 후 5억원은 대북송금에, 나머지 5억원은 현대상선 측 자금으로 이용됐다.
현행 금융실명제법상 수표소유자가 아닌 제3자가 배서를 하는 것은 비록 소유자의 부탁을 받은 경우라 하더라도 위법이어서 이를 잘 알고 있을 은행 직원이 수표에 배서한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환은행 백성기 전 외환사업부장이 최근 "2000년 당시 송금방법 협의를 위한 은행 임직원 내부회의가 있었다"고 말한 것에 비춰 볼 때 배서 역시 국정원 주문에 따른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특검 관계자는 "배서한 외환은행 직원을 이미 소환·조사했다"며 "배서경위와 법률저촉 여부 등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 최영진 2국장은 "전체 배서자 12명 중 현대상선 관계자가 아닌 사람이 6명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다 보니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일부러 숨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연금관리공단 전산망에 올라있는 은행직원을 신원불상자로 분류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다 감사원 발표이후 신원불상 6명이 국정원 직원이라는 의혹이 줄곧 제기됐음에도 불구, 지금까지 침묵한 것은 고의로 사실을 은폐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새벽 귀국한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을 금명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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