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근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또 한번 경악케 하고 있다. 금감위는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곳이어서 '금융계의 검찰'로 불린다. 이에 앞서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SK그룹으로부터 돈을 받아 구속됐다. 공정위는 말 그대로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창달을 위한 기관으로 '경제 검찰'의 기능을 하고 있어, 그의 구속은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가장 공평하고 엄정해야 할 국세청도 예외가 아니다. 손영래 전 청장도 SK그룹에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서울 강남에 엄청난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밝혀진 안정남 전 청장은 해외로 도피 중이다. 김대중 정권의 경제개혁 핵심 세 기관장이 모두 문제가 된 것이다.
공정위와 금감위, 국세청은 우리 경제의 회생을 위한 각종 개혁정책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한 기관의 장들이 모두 가장 불명예스런 행위로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한 마디로 충격적이다. 이들은 그 누구보다 개혁을 강조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앞에서는 개혁을 외치면서도 뒤로는 각종 불법을 일삼았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셈이어서 배신감과 함께 허탈감을 느낄 국민이 많을 것이다.
이들 기관의 할 일은 갈수록 많아진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얼마나 제 역할을 수행할지 의문이다. 과연 비리에 연루된 기관의 감독지시가 영이 서겠는가. 이들 기관들은 우선 뼈를 깎는 내부정화작업을 통해 대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새 정부는 개혁이 법과 제도의 정비만으로 실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깨닫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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