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작품으로만 발언… 내 글쓰기 뿌리죠"/팔봉비평문학상 김인환 교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작품으로만 발언… 내 글쓰기 뿌리죠"/팔봉비평문학상 김인환 교수

입력
2003.05.08 00:00
0 0

제14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인환(57) 고려대 교수는 "큰 영광"이라는 소감부터 밝혔다. 그는 "팔봉 김기진의 초기평론은 그 자체로 훌륭한 에세이로도 읽혀진다. 식민지 현실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잘 다듬어진 좋은 문장이 결합한 글"이라며 "김기진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린 팔봉 비평문학상을 수상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2001년 그의 평론이 일본에 소개됐을 때 일본 내 한국문학 연구가들은 그를 "학술논문과 문학평론의 중간 형태의 글을 쓰는 사람"으로 불렀고 그 자신도 이를 "내 글쓰기의 특성을 잘 드러냈다"고 인정했다. 그만큼 그의 평론은 개성적이다. 문학작품을 비평하면서도 문학이론에만 기대지 않고, 이웃 분야로 관심을 넓힌다. 철학과 역사학은 물론 정치경제학, 물리학까지 아우르는 인문적 지식과 교양에 바탕한 종합적 사고로 글을 빚었다.

이 같은 글쓰기의 뿌리에 대해 그는 "등단 직후 한동안 문단 중심에서 활발한 평론활동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때 나는 문단의 이슈와 논쟁을 좇는 대신 작품을 통해서만 발언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1972년 '현대문학'과 '월간문학'에 동시추천돼 등단한 뒤 진주경상대 교수로 5년 여 근무하던 때를 돌아본 말이다. 작품 없이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결심은 평론가의 체질이 됐다. 그는 외부의 명분이나 이념에 구애되지 않고 작품을 엄밀하게 분석하는 태도를 견지해 왔으며 그 태도는 '서평과 논문 사이'라는 독특한 글쓰기로 옮겨졌다.

수상작 '다른 미래를 위하여'(문학과지성사 발행)는 그의 네 번째 평론집이다. 그는 한국 근대문학의 원류를 찾고자 조선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김만중의 '구운몽', 박지원의 '양반전' 등을 짚는다. 이어 20·30년대 나도향 주요섭 채만식의 소설을 분석하고, 김주영 윤후명 김형경씨의 소설과 황동규 김지하 김혜순씨의 시 등 최근 작품까지 읽어 내려온다. 현대문학 작품을 분석하는 일반적 현장평론집과 달리 고전문학까지도 아우르는 그의 글쓰기는 고전에 대한 오랜 관심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시간을 주제로 삼은 서사의 두 가지 극단적 절정을 보았으며 "우리 소설은 아직까지 이 두 극단 어디에도 가보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문학의 전통적 진지함이 회복돼야 한다"는 주장, 이는 궁극적으로 위대한 고전으로부터 찾아지리라는 믿음과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꿈을 꾼다. 고통과 불행이 없는 세상, 서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세상의 꿈이다. 그에게 문학은 고통과 불행을 이야기하되 그 속에 아픔과 상처가 없는 세상에 대한 꿈을 감춰놓는 것이다. 비평은 작품 속 눈물을 깊이 이해하고 말하지 않은 꿈을 대신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론집의 제목 '다른 미래'는 시인과 소설가가 감춰놓은 꿈의 다른 표현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