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1988년 시행 초기부터 '저부담 고급여' 체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다'는 정부의 선심정책으로 2047년 재정고갈 우려가 커졌고, 뒤늦게 제도를 고치려는 시도는 거센 논란과 저항에 부딪치게 됐다.1997년 당시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이 70%인 소득대체율(가입기간의 월소득 평균액 대비 연금지급액)을 40%로 낮추고 보험료율도 2010년부터 점차 12.65%까지 올리자고 했으나 국회는 이를 60%로 조정해 버렸다. 일본 50%, 캐나다 25%와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비율이다. 앞을 내다보지 않고 지지도와 표만 의식한 정부와 정치권 때문에 적정부담 적정급여를 통한 건전 운영은 불가능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많이 내고 적게 받으라니 누가 선뜻 동의할 것인가.
국민연금 발전위가 제시한 세 가지 방안 중에서 50%로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다는데, 보건복지부를 거쳐 정기국회에 개정법안이 제출되더라도 그대로 실현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과정에서 지급액을 깎는 것은 연금제도가 아니라 용돈제도라고 반대했었다.
올해는 5년마다 재정 계산을 토대로 보험료와 급여수준을 조정하는 해다. 이번에 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출산율 저하, 고령사회 가속화 등으로 후세대의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연금제도에 대한 걱정이 기우라는 말만 하지 말고 정부는 그 동안의 운영과 이번의 방침 변경에 대해 솔직하게 사과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불입기간과 액수를 서로 인정하지 않는 국민연금과 3개 특수연금의 관계도 조정해야 할 것이다. 가입대상자의 절반 가량이 연금 사각지대에 남아 있는 문제점도 해소해 '흉년에 대비한 종자씨'(국민연금관리공단의 광고문안)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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