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안정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으나, 경기침체 가속화를 우려한 소극적인 자세와 가격 상승 이후 대책을 제시하는 '뒷북행정'으로 투기열풍이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전문가들은 부동산투기를 제대로 잡으려면 양도세 실거래가 부과, 분양권 전매 제한, 분양가 규제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6일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말 서울, 분당, 일산 등 5대 도시와 과천 일부 지역에 대해 양도세 비과세 조건을 기존 1가구 1주택 3년 이상 보유에서 1년 이상 거주요건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강화했다.
또 2월 이후 서울 강남구, 경기 광명시, 대전 서·유성구, 천안시 등을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부과하는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행정수도 이전과 재건축 추진 재료를 타고 부동산값이 급등하고 있는 대전과 천안 등 충청권과 경기 광명시에 대해서는 1년 이상 거주요건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또 투기지역 지정도 부동산값 상승지역만 뒤늦게 규제하는 것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월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천안과 대전의 주택 가격은 3월에도 각각 5.13%, 1.76% 급등해 전국 평균 상승률(0.7%)을 크게 웃돌았고, 오히려 주변 지역으로 투기열풍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서울 강남지역도 매물이 줄면서 호가가 급등하는 부작용을 낳았고, 인근 서초·강동·송파구의 집값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과열된 아파트 분양시장을 분양권 1년 전매 제한, 1순위 청약통장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안정시킨다는 전략도 실패로 돌아갔다. 청약경쟁률은 다소 낮아졌지만 신규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있고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도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섰다.
6일부터 서울지역 4차 동시분양 청약 접수가 시작된 서울 강남구 도곡 주공 1차아파트의 경우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이 대거 몰려들어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분양권 프리미엄을 노린 가수요자들이 발 붙이지 못하도록 분양권 전매 금지 확대, 건설업체의 무분별한 분양가 책정 규제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경부 관계자는 "1가구 3주택 이상과 고가주택에 대해 실거래가 과세를 하고 있고 투기지역 지정 후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경기가 침체국면을 지속하고 있어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을 전반적으로 확대하기엔 부담이 따른다"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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