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도시에서 봄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산은 아직 봄이다. 앞으로 한달 이상 더 머물 것이다. 산 위에 머무는 봄의 색깔은 짙은 분홍색이다. 기운 센 바람이 지나가는 산봉우리의 평원. 다른 나무들이 허리를 꺾은 그 곳을 철쭉이 뒤덮고 있다. 유독 바람에 강한 철쭉은 지금 꽃을 피운다. 6월까지 계속되는 철쭉의 향연을 찾아간다.
큰키에 연분홍색 특징
두위봉(강원 정선군 남면, 신동읍, 사북읍)
두위봉(해발 1,466m)은 첩첩산중 정선 땅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들어있는 산. 한동안 석탄 광산 때문에 허리 부분이 많이 상했다. 하지만 자연의 복원력은 위대한 것. 어느새 상처를 회복했다 싶더니 그 어느 곳보다 때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하게 됐다. 산꾼들에게조차 외면 받던 두위봉은 최근 그 아름다움이 알려지면서 각광을 받게 됐다. 주능선 5㎞를 따라 피어있는 철쭉의 몫이 컸다.
두위봉의 철쭉은 키가 크고 꽃 색깔이 연분홍인 것이 특징. 특히 바람이 불면 아름답다. 지금은 꽃망울만 맺혔지만 이달 중순부터 서서히 개화해 월말과 6월 초에 만개할 예정이다.
산행은 자미원역에서 출발, 자뭇골-철쭉군락지-정상을 거쳐 건너편 사북아파트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5시간 정도 걸린다. 네모 반듯한 자연석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듯한 정상은 특히 조망이 아름답다. 북쪽으로는 억새 명산인 민둥산과 가리왕산, 동쪽으로는 태백산, 남쪽으로는 소백산 등 백두대간의 굵은 줄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신동읍사무소는 6월1일 두위봉 철쭉 축제를 연다. (033)560-2631.
11일까지 축제… 볼거리 많아
황매산(경남 합천군 가회면, 대병면)
해발 1,108m의 평범한 산. 합천군의 진산이지만 산행서적이나 관광지도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무명의 산이었다. 덕분에 깊은 골짜기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가야산과 함께 합천을 대표하는 산이 됐다. 합천호의 푸른 물 속에 자락을 담그고 있다. 상봉, 중봉, 하봉 등 꽃 같은 세 봉우리가 호수의 물에 반영되기 대문에 수중매라고도 불린다.
철쭉은 정상 아래 황매평전의 목장지대부터 시작해 능선을 타고, 상삼봉, 작은 골 정상까지 이어진다. 산행 시간은 코스에 따라 1시간∼4시간 30분으로 다양하다. 황매산의 절경인 모산재를 코스에 넣는 것이 좋다. 모산재는 삼라만상의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고개. 아름다운 절경에 취하게 된다.
11일까지 황매산 철쭉제(제전위원회 055-930-3615)가 열린다. 합천댐, 회양리 야외 조각공원, 바람흔적 미술관(055-933-4476) 등 주변에 볼거리가 많다.
내달중순까지 핑크빛 바다
태백산(강원 태백시)
우리 국토의 어머니 격인 태백산은 이제 사시사철 인기 산행지가 됐다. 태백산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정상 부근의 주목단지와 천제단 평원에 눈이 쌓이는 겨울이다. 유난히 강원 산간지방에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 겨울. 태백산은 주말과 주중을 가리지 않고 눈꽃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넘쳤다.
이제 겨울의 아름다움은 봄의 화원으로 모습을 바꾼다. 천제단과 장군봉 일대의 넓은 평원은 붉은 철쭉의 바다가 된다. 5월 중순이면 첫 꽃을 보기 시작해 6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남한에서는 가장 늦게까지 철쭉을 볼 수 있는 산이다.
해발 1,567m로 높은 산이지만 산세가 완만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산을 오르는 입구는 모두 세 곳. 이 가운데 유일사 매표소로 올라 정상과 문수봉을 경유해 당골광장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가장 인기. 약 4시간30분 걸린다.
정상 부근의 망경사가 특이하다. 9부 능선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용정이라는 유명한 샘물이 있다. 물을 통해 바다 용왕과 교통한다는 우물이다. 수박 크기에서부터 집채만한 것까지 크고 작은 바위로 뒤덮여 있는 문수봉도 이채롭다. 올해 철쭉제는 6월5일부터 8일까지. 태백산 도립공원 관리사무소 (033)553-5647.
연인끼리 손잡고 사랑도 만개
연인산(경기 가평군 가평읍)
잡목만이 우거진 산이었다. 1999년 가평군에서 정상 부근의 가시덤불을 걷어내고 등산로를 냈다. 산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기를 소망한다는 뜻으로 '연인'이란 이름을 붙였다. 관광을 위해 개발한 산답게 봄에는 철쭉제, 여름에는 청정제, 가을 단풍제, 겨울 눈축제 등 철마다 축제를 개최한다. 올해 철쭉제는 18일 열린다.
철쭉은 정상 분지와 장수봉, 청풍봉 능선에 자생한다. 5월 초부터 6월 초까지 한 달간 볼 수 있다. 등산 코스는 용추구곡, 우정능선, 장수능선 등 세가지. 경기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용추구곡 코스가 단연 인기이다. 용추휴양소에서 출발, 물안골-청풍-장수능선-정상에 이르는데 8.8㎞로 약 4시간 30분이 걸린다. 봄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었다. 가평군청 (031)580-2065.
바리때 엎은모양 '군락 릴레이'
바래봉(전북 남원시 운봉읍)
지리산의 수많은 봉우리 중 하나이다. 명실상부한 철쭉 군락의 대명사격인 봉우리이다. 산의 모습이 스님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팔랑치, 부운치, 세동치, 세걸산, 정령치 등으로 능선이 연결되는데 군데군데 철쭉의 군락이 있다. 이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은 정상에서 팔랑치까지의 1.5㎞ 구간. 역시 바리때를 엎어놓은 듯한 모습의 철쭉군락이 이어진다. 정령치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16㎞로 6시간, 국립종축원에서 시작해 내령리로 하산하는 길은 9㎞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현재 4부능선까지 꽃이 폈다. 만개는 이달 중순 예정. 운봉읍사무소 (063)634-0301.
/권오현기자 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