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소설을 공부하는 분들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가 있다. 오늘 그곳에 들어가 봤더니 한 여학생이 그림 한 장을 싣고 "1884년 프랑스 파리에서 선정성 때문에 스캔들을 불러일으킨 그림이라고 합니다. 참으로 믿기 힘들지 않습니까? 요즘 같으면 너무 얌전하고 고상하다고 문제삼을 것 같은데요."라는 설명을 붙여 두었다. 그림의 제목은 'Madame―X'였고 나로서는 이 그림에 대한 정보라고는 이것이 전부였다. 누구의 그림인지, 어떤 배경의 그림인지도 모른 채 나는 짧은 감상평을 적었다."19세기 후반이라면 문제의 소지가 충분한 그림입니다. 그 시대의 회화 감상자들은 인간의 신체에 드러난 인간의 영혼만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창작자의 자의식을 읽어내는 심미안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이 그림의 선정성은 무엇보다도 구도와 배경입니다. 그림의 감상자는 다른 어느 곳에도 시선이나 감정을 분산시킬 수 없고 오직 화면의 중심에 자리한 채 몸을 비틀고 있는 한 여인의 몸과, 그 몸이 표현하는 '그 어떤 열망'에만 집중하도록 돼 있는 구도입니다. 탁자 귀퉁이에 손가락을 비틀어 세운 여자의 손을 보세요. 무언가 갈구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 쪽 손은 의복의 일종인 장갑을 벗어 들고 치마를 틀어 잡고 있습니다. 치마는 장갑과 마찬가지로 신체를 가리기도 하지만 드러내기도 하는 물건입니다. 절반쯤 눈을 감은 여자는 고개를 틀어 목덜미를 완전히 드러내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드라큐라에서 목을 맡기는 자세와 같습니다. 신체적 욕정을 위해 신성(神性)과 인간으로서의 품위, 그리고 영혼까지도 던져버리겠다는 신체적 표현입니다.
화가는 이러한 자세를 통해 당대의 종교적 규범과 도덕성, 또한 사회적 윤리와 관습에 대한 도전을 은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이 그림을 그린 창작자의 의도는 자명하지 않습니까? 좋게 평하자면 '인간해방'이며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원망(願望)'이지만 직설적으로는 '웃기지 마라! 너도 짐승과 같이 피를 가진 존재야!'라는 메시지로 당대를 조롱하고 있는 것입니다.
100년 전 이 그림을 부도덕하다고 평한 사람들은 지금의 잣대로 보면 고루할지 몰라도, 그러나 분명 인간의 신체와 영혼, 그리고 창조자의 은유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그림을 부도덕하다고 매도했던 당대 감상자들의 고루함에도 찬동하지 않지만 이 그림에 투영된 창작자의 예술적 은유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선진을 외쳐대는 현대인의 무지몽매와도 악수를 나눌 수 없습니다."
/심상대·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