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 “여섯 살이요.” “이름은?” “지민이요. 김~지~민.”제암산 초입에서 귀여운 꼬마 소녀를 만났습니다. 부모를 따라 철쭉을 구경하러 온 모양입니다.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도 안된 어린 아이지만, 복장이나 장비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옷, 모자, 등산화 그리고 손에든 짧은 스틱까지. 완전히 정식 산꾼의 모습이었습니다.
8부 능선인 간재 입구에서 길이 갈리면서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두 번을더 만났습니다. 길을 우회해 곰재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입니다. “어! 아저씨. 또 만났네.” 철쭉 숲에서 지민이가 먼저 알아봤습니다. 자기 키의두배가 넘는 꽃나무 사이의 빈터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웃고 있었습니다.
분홍빛 꽃그늘 속의 천진한 웃음. 그것은 ‘절대 행복’의 표현이었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어린아이. 궁금해서 부모에게 물었습니다. 지민이는 젖먹이때부터 산에 올랐다고 합니다. 강보에 싸여있을 때에는 아빠가 등에 지고, 걸음을 제대로 옮기기 시작한 이후에는 제발로 걸어오른 것이죠. 산에서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부부의 딸다웠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지민이의 성화에 못 이겨 주말이나 휴일이면 집을 나서야 한답니다.
느닷없이 자식이 부모에게 받을 수 있는 행복의 종류를 생각했습니다.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자식, 교육을 잘 받은 자식, 그리고 지민이 같은 경우…. 첫번째와 두번째의 경우는 적어도 100명 당 한명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민이의 경우는 1,000명 당 한명도 드물 것입니다.
꽃밭에서 더 놀겠다는 지민이의 성화를 못이기는 부부를 남기고 먼저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제암산의 정산은 큰 바위입니다. 7㎙ 높이의 벼랑 같은바위가 있습니다. 주위의 모든 바위들이 이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해서 ‘임금바위’이고 산의 이름은 제암산입니다. 어른도 오르기가 까다롭습니다.
임금바위 위에서 쉬고 있는데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어휴! 아이가 올라오기에는 위험할텐데….” “그래도 잘 올라오는데….” 지민이가 엄마 아빠의 호위를 받으며 임금바위에 올라섰습니다. 가볍게 눈인사만 하고 발 아래로 펼쳐진 철쭉 능선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린 아이 특유의 높은 목소리가 임금 바위 위에 퍼졌습니다. “엄마! 내려가기 싫다. 그냥 여기 살면안될까?” 주위 어른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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