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오랜 만에 목포를 다녀왔다. 봄맞이 여행? 철이 철인지라 남도의 풍광을 즐길 수도 있으련만 형편이 닿질 않았다. 교통 사정으로 약속 시간에도 겨우 맞추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돌아오는 길은 심야 고속버스였다. 숨가쁜 여행은 그리 길지도 않은 강의 때문이었는데, 이 글을 통해 전후 사정을 소개할까 한다. 우선 강의의 취지를 부탁한 분의 말 그대로 옮긴다."목포에서 제일 큰 병원이었던 목포 가톨릭병원이 작년 9월에 문을 닫았다. 공립인 목포의료원이 있지만, 그 때까지 가톨릭병원은 사실상 공공기관 역할을 많이 했다. 그런 병원이 문을 닫았으니 목포 일원의 주민들에 대한 의료서비스에 문제가 크다. 이 참에 목포의료원을 키워서 가톨릭병원 자리로 가는 게 좋겠다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 일을 해야 할 목포시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어렵다고 한다. 당신의 의견은 뭔가?"
기왕에 부탁 받은 바를 소개했으니, 그 날 했던 강의의 요지도 그대로 옮겨보자.
"모든 국민은 건강할 권리를 가지고 있고, 건강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이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대다수 의료기관이 민간 소유이고 돈벌이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해, 국민들이 건강권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다. 의료의 과잉과 부족이 뒤범벅이다. 국가가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공공 의료기관을 훨씬 더 키워야 한다. 공공병원은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사람에겐 필요한 의료를 제공하고, 민간의 과잉진료에 대해서는 모범을 보여서 간접적인 견제 역할을 하라. 한마디로 공공이 전체 의료시스템을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두 가지 질문을 받았다. 첫째 질문. 공공병원은 운영이 어려워 적자가 뻔한데, 없는 살림에 꼭 그래야 하나? 공공병원이 하는 일은 민간이 하는 식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돈벌이에 연연하면 안된다. 주민 건강을 위해 투자한다고 생각해야 맞다. 장기적으로는 더 효율적이기도 하다. 둘째 질문. 공공병원은 비효율적이고 관료적인데? 공공병원은 정부나 직원의 것이 아니라 주민이 주인이다. 처음부터 주민이 참여하고 감시하고 채근해야 한다.
외지 사람이 보기에도 목포의료원을 가톨릭병원 자리로 옮겨서 제대로 키우는 것이 옳다. 주민들을 위해서다. 이제 목포시와 시민은 물론이고 중앙정부도 참여해서 현명한 결론을 내기 바란다.
/김창엽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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