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명품 중의 명품 로이 드 베테랑의 뉴욕 노던불러바드 매장에 가본 적이 있으신지. 입구에 있는 경비원의 아래 위로 훑어보는 무례한 시선과 무엇하러 왔느냐는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으신지.가방을 사러 왔다고 대답하고 겨우 문을 통과하여 매장 안에 들어가 보니 한물 간 상품들만 듬성듬성 진열되어 있는, 비밀스럽고도 휑뎅그렁한 공간 속에 망연히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 서 있어본 적이 있으신지. 그 사람들 대부분이 당신처럼 누런 피부와 검은 머리칼을 하고 당신이 쓰는 언어를 쓰고 있다는 걸 아셨는지. 이윽고 삼십여 분이 지나 당신이 직원과 말을 나눌 차례가 되었을 때 직원이 수많은 사람들의 침과 손때가 묻어 있는 카탈로그 북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만 고를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들으셨는지. 당신이 하나를 선택한 뒤, 다시 이십여 분 후에야 그 직원이 그 물건을 가지고 나오기까지 참고 또 참으며 기다리셨는지. 당신이 한 번 만져 보지도 못하고 그 물건을 사겠다고 결정한 뒤에 다시 삼십여 분이 지나서 계산을 마치는 그런 경험을 하셨는지. 그 고생 끝에 당신은 로이 드 베테랑의 가방을 들고 계시는군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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